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착수를 위한 공청회가 농축산업계의 반발로 파행을 빚었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토론회 패널에게 수당을 지급한다는 메일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 10일 열린 한미 FTA 개정 관련 공청회는 산업부 측에서 작성한 개정 효과 발표가 끝난 뒤, 농축산업 단체에 의해 저지돼 토론자로 초빙된 전문가 8명의 토론이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시작 20여 분 만에 모든 순서가 중단되면서 전문가 패널들은 발제문을 발표하지 못하고 퇴장했다.
정해진 공청회 식순 중 종합토론과 질의응답을 진행하지 못한 채 공청회 종료를 선언한 산업부가 토론회 참석자에게 수당 등 실비를 지급한다는 메일을 보낸 것을 두고 ‘관료주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 패널은 수당을 받지 못하겠다는 회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적법하게 개최되지 않은 공청회를 참석했으니 돈을 주겠다는 것인데, 받게 되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인정하는 것이어서 받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산업부는 공청회 파행이 ‘의견 청취가 현저히 곤란한 상황’에 해당한다고 보고, 다음 절차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은 “한미 FTA 개정 관련 공청회는 공청회로서의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중단됐다”면서 “당일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조차 산업부의 효과 분석을 받지 못한 채 공청회에 참석했으며, 토론자들의 토론문은 인쇄조차 되지 않아 방청객이 공청회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산업부의 공청회는 농축산 단체의 항의가 없더라도 정상적인 절차라고 볼 수 없는 것”이라며 “법에 따라 제대로 된 공청회를 완료한 후 국회 보고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부는 농축산업계의 의견 수렴을 위한 추가 간담회를 갖는다고 밝혔지만, 아직 일정도 잡지 못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축산업 단체는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 공청회는 경제타당성 보고서 내용이 부실하고 FTA 이해 당사자들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농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며 “정부는 공청회를 거친 것으로 보고 국회 보고 후 협상을 선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농민단체들은 향후 한미 FTA 폐기 운동에 본격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