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의혹으로 행장이 사퇴하는 등 내홍(內訌)에 빠졌던 우리은행의 차기 행장이 다음달 8일 결정될 예정이다. 해당 후보는 다음달 29일 주주총회에서 우리은행장으로 최종 선임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차기행장 지원 조건과 선정 절차를 결정할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이번달 3차례(17일, 20일, 24일)개최한 뒤 다음달 8일 후보 1인을 결정, 3주 뒤인 29일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하기로 내부 계획을 잡았다.
차기 행장 선출을 연내 마무리짓기로 한 데다 주주총회 안건을 3주 전에는 주주들에게 공지해야 하는 점이 작용됐다. 3차례 임추위 회의를 통해 후보군을 압축하고 내달 8일 최종 후보자 1인이 내정된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다음달 8일 넘기면 차기행장 선출 문제를 내년으로 넘기는 부담이 있는 만큼 이날 최종후보 1인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17일 열리는 1차 임추위에서는 차기 행장 자격 조건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임추위원인 5명의 사외이사는 외부 인사로까지 후보 자격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의 한 사외이사는 “단정지을 수 없지만 17일 후보 자격을 내부로만 국한할지, 외부로 넓힐지에 대한 조건이 확정될 것”이라며 “외부 후보자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하마평에 오르는 사람 중에는 이광구 행장의 업무를 위임받은 손태승 글로벌 부문 겸 글로벌그룹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손 부문장도 행장 사퇴 초반과는 달리, 현재 차기 행장에 대한 의지를 적극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손 대행이 최근들어 이사회를 접촉하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 분이 대행 역할을 맡으면서 사외이사들과 접촉도 많았고 성품도 무난해 사외이사들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하마평에 오르는 후보군으로는 내부 출신으로는 손 부문장, 이동건 전 영업지원그룹장,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등이 있다. 이들 모두 한일은행 출신이다. 외부에서는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등이 거론된다.
손 부문장은 전남 광주-전주고 출신으로 호남권 정치인과 정부 인사 등과도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내부도 “내부 출신 중에서는 손 대행이 가장 괜찮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권 차원에서도 외부인으로 할 경우 노조와 전면전을 벌여야 하는 만큼 손 대행이 여러 측면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내부 관계자는 “손 대행을 제외한 나머지 내부 출신 중 몇몇은 채용청탁 의혹 문건을 정치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이 분들이 행장이 되면 상업은행 출신 등 내부 반발이 강할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