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 부장판사) 심리로 1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딜로이트안진에 대해 1심에서 구형한 대로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 현직 회계사 역시 1심과 같이 징역 3~5년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외부감사가 저지를 수 있는 범행의 최대치"라며 "피고인들은 회계법인 차원의 잘못된 관행으로 대우조선해양과의 갑을 관계에서 스스로 을 역할을 수행하면서 의도적으로 회계기준을 어기고 비리를 다년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감사인도 눈치를 보지 않고 감독하고 피감기관의 부당한 요구에 맞설 수 있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1심 재판부는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진에 대해 벌금 7500만 원을 선고했다. 감사팀 매니저 배모 전 이사는 징역 2년 6개월을, 임모 상무와 감사팀 현장책임자 강모 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이 선고됐다. 범행 가담 정도가 낮은 파트너 엄모 상무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중형을 선고받은 회계사들은 2심에서 대형 로펌을 선임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당초 행정소송을 통해 회계사 자격을 되찾으려 했지만, 반성의 뜻으로 일부는 소송을 취하했다. 배 전 이사는 수감생활 도중 작성한 180페이지 짜리 피고인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자신의 잘못이 크다 생각하지만 1심 때 주장한 바가 판결에 반영되지 않아 2심 재판부가 억울한 심정을 들어달라는 내용이다. 배 전 이사는 목차부터 도표까지 논리적 연산과정을 수기로 작성하는 등 정성을 들였다. 지인과 가족들은 가장이 필요하다는 탄원서를 접수했다.
안진 측은 최후 변론에서 "따져보면 대우조선해양 부실과 주가 폭락이 안진의 부실감사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경쟁업체들도 주가폭락을 겪은 업계 어려움을 감사가 모두 책임지기는 그렇다. 분식회계를 묵인한 의심이 들어도 사업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제대로 반영 못한 것은 아닌지 고려해달라"고 주장했다.
또 "회계업계에서 제대로 못한 관행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검사의 지적도 알겠지만 이미 경종을 울렸다"며 "수백억 원 손실이 난 부분을 과징금 소송으로 다투지 않고, 부분업무 정지도 집행정지 신청을 내지 않아 손실이 확정됐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외부감사인에게 분식회계를 묵인한 '미필적 고의'가 있는지 여부다. 변호인 주장대로 회계사들이 의도적으로 비리를 덮은 게 아니라 '인식있는 과실'에 불과했다면 엄격한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 선고기일은 다음달 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한편 '미니 중수부'로 불렸던 검찰 부패범죄특별범죄수사단(단장 이두봉)의 1호 사건인 대우조선해양 비리 재판은 중후반부에 접어 들었다. 추가기소가 많아 진행속도가 더뎠던 남상태(67)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1심 선고기일도 다음달 7일이다. 남 전 사장의 후임인 고재호(61) 전 사장 사건은 가장 빨리 진행돼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고 전 사장은 5조 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2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남 전 사장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만수(72) 전 산업은행장에 대한 항소심 결론은 17일 오전에 나온다. 강 전 행장은 1심에서 지인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외에도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등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