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직업으로] '몸결' 한번 느껴보실래요?

입력 2017-11-20 14:14 수정 2017-11-2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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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네요. 선생님을, 제 몸이 기억하네요.”

지난겨울, 한 달간의 인도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필자가 오랜만에 댄스스포츠(이하 댄츠) 수업에 나갔을 때, 한 여성 회원에게서 들은 말이다. 아~ 이런 짜릿한 말을 내 평생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자신의 취미가 3미(재미·흥미·의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질문은, 은퇴 후 취미활동을 고르는 이들이 많이 하는 질문이다. 이럴 때는 일단, 살아오면서 제일 재미있었던 종목을 회상해 선택하는 것이 답이다. 재미란 즐겁고, 짜릿하고, 더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그 재미에 의해 더 알고 더 잘하고 싶은 흥미가 유발되면, 그것이 각자의 생활에 가치를 형성하며 의미가 된다. 그런데 필자에게 그 ‘즐겁고, 짜릿하고, 더 하고 싶은 것’이 생겼으니 바로 댄츠 되시겠다.


시작 필자가 댄츠를 만난 건, 같이 교직에서 퇴직한 친구에 의해서인데, 그가 필자를 꼬드긴 멘트는 딱 하나였다. “댄츠 여선생님이 너무 예뻐! 그냥 보고만 있어도 수업 참가의 의미가 새록새록 느껴져!” 순간, 영화 <쉘 위 댄스>의 여선생 모습이 떠올랐다. 갑자기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일본 영화가 미국에서 리메이크되었는데, 이번 한국판만은 내가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그렇게 시작한 지 3년이 흐른 지금, 아직 이도 안 난 수준이지만 소개는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 감히 글을 써본다.


어디서, 어떻게? 동네 지역주민센터를 비롯한 거의 모든 지자체의 문화센터 및 체육관에는 댄츠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월 2만~3만원이면, 주 2회 2시간 수강이 가능하다. 워낙 저렴하니 일단 적성에 맞는지 위의 기관들에서 시작해보고, 적성에 맞으며 고수를 지향하려는 열정이 생긴다면 사설학원에서 개인수업을 받는 게 효율적이다.


준비는? 7만원 내외인 댄스화 하나면 족하다. 파티가 아니라 공부를 하는 것이기에 댄스복도 처음에는 따로 필요 없다. 다만 여성의 경우, 평상시에는 어디서도 못 입을 화려하고 과감한 옷을 입어볼 수 있는 기회이기에, 등록과 동시에 댄스복부터 장만하는데 그럴 경우 보통 20만원 내외부터 시작한다.


왜 댄스스포츠인가?

이젠 밝은 스포츠 과거, 어두운 무도장에서 숨어서 추던 춤이 이젠 밝은 ‘스포츠’로 올라왔다. 아직도 남녀의 신체적 접촉을 걱정하는 시각이 없지 않지만, 이제 그것에 흔들리지 않을 충분한 나이가 된 시니어들에게 오히려 적합한 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늙어서 추한 사람은 젊었을 때도 추했던 사람이다!

열정과 우아함 흥겨운 중남미의 종목인 ‘차차차’에서 우아함의 극치인 유럽의 ‘왈츠’까지 자신의 성격이나 체력에 맞는 춤을 다양하게 선택하여 즐길 수 있다.

귀까지 즐거워 반향이 충분한 넓은 홀에서, 집에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큰 볼륨의 다양한 음악들에 맞춰 춤을 춘다. 음악이 좋아 댄츠를 배우러 나오는 회원들도 있을 정도다.

몸매와 체력까지 관리 처음 놀란 것은 여성 회원들의 몸매였다. 이른바 비만 여성들이 거의 없었다. 몸매를 드러내야만 하는 댄스복 때문이었다. 또한 댄츠의 기본자세는 ‘꼿꼿함’이다. 꾸부정한 노인의 자세로는 춤 자체가 안 나온다. 그러므로 몸을 세우는 기본체력훈련을 받아 자세와 체력이 좋아진다. 참고로, 파트너와의 간격은 주먹 하나 정도인데, 배 나온 남자는 그것을 지키지 못하기에 매우 인기가 없다. 눈 마주치기 전에 배부터 맞으면 참 곤란하기 때문이다.

거짓말 못하는 몸 댄츠동아리는 다른 종목의 동호회와는 차원이 다른 친밀감을 갖는다. 몸부터 친해지기 때문이다. 신입회원도 일단 서로 손부터 잡고 춤춘 후 통성명을 할 정도니 소위 ‘내숭’이 없다. 몸은 거짓말을 못하기에 더욱 그렇다.

춤과 음악에 한숨 없다 아무리 현실이 어렵고 우울하더라도, 즐거운 음악에 맞춰 춤에 집중하다 보면 저절로 밝아지고 명랑해진다.


적성에 맞는 이는? 음악이 없으면 춤을 못 춘다. 음악의 박자에 서로의 동작을 맞추어 같이 추는 것이 춤이다. 박자감각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아무리 몸치라 할지라도 노래방에서 18번을 완수하는 이는 누구나 춤을 출 수 있다. 하지만 박치는 좀 어렵다. 즉 몸치는 치료 가능해도 박치는 치료 후 댄츠로 와야 한다.


어려운 점은? 라인, 방송, 재즈, 줌바 댄스는 파트너 없이 강사의 동작을 그냥 따라 한다. 그러나 댄츠는 일단 춤의 상대가 있고 더군다나 그 상대가 이성이다. 그러므로 ‘가해망상증’이 심하거나 자존심이 센 사람들은 피해를 주거나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서 중도탈락하기 쉽다. 서로 배운다는 가벼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부부가 함께? 일단 초보 때는 권하고 싶지 않다. 댄츠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좁은 시기에, 그동안 아내에게서 못 보던 미소를 잘생긴 남자 파트너와의 춤에서 본다면 자괴감이 들게 된다. 또한 부부간에 수준차가 발생할 경우 ‘운전 가르치다 싸움’하는 경우를 맛보게 된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간 다음 부부가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여기까지 읽은 후, 선상크루즈의 파티에서 무도복을 입고 은발을 흩날리며 부드러운 선율에 맞춰 왈츠를 추는 자신의 모습이 상상된다면, 독자는 이미 댄츠를 배울 준비가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댄츠를 시작하던 시절 강사님이 가르쳐주신 춤 세계의 용어가 생각난다. “이 세상에는 숨결, 살결, 바람결, 물결이 있지만, 댄서들은 ‘몸결’을 느낄 줄 알아야 해요!” 그래서 오늘도 필자는 그 몸결을 찾아 댄스화를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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