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대미 수출 증가율 사실상 ‘0%’

입력 2017-11-2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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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자동차가 한미FTA 체결 이후 미국의 수입관세 철폐 효과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산 자동차는 FTA이후 무관세 혜택을 누리며 국내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이하 1~9월 기준) 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 금액은 112억59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0만 달러 증가하는데 그쳤다. 사실상 대미 수출 증가율은 0%인 셈이다.

눈여겨볼 점은 미국의 수입관세 철폐다.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지난해부터 한국산 승용차에 대한 수입 관세(2.5%)를 없앴다. 관세가 사라져 국산차의 가격경쟁력이 커졌음에도 수출이 정체를 이뤘다는 것은 사실상 수출이 감소했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같은 추이는 벌써 2년째다. 국산차의 대미 수출은 2015년(179억200만 달러) 정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수출은 전년보다 10.9%나 줄어든 160억1800만 달러에 그쳤다. 올해 4분기 대미 수출 전망도 부정적이어서 지난해 수출 수준에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역협회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은 대미 수출 1, 2위 품목이지만 주력 모델이 노후됐고,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된 탓에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며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완성차 수출이 정체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부품 수출도 동반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미FTA 발효 이후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산 자동차 수입은 최근 크게 증가해 올해(1~9월) 13억5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한 수치로,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작년 한해(17억3900만 달러) 수입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시장 점유율도 FTA 발효 전 9.6%에서 지난해 18.0%로 약 2배 확대됐다. 2015년부터는 일본산 점유율을 추월하기도 했다. 일본과 독일 메이커 가운데 미국에 생산 공장을 둔 기업들이 한미FTA 효과를 누리기 위해 미국 생산분을 한국에 보내면서 비율 증가세도 커졌다.

앞으로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수입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미국 자동차에 대한 수입 관세(8%)를 FTA체결 직후 절반(4%)으로 낮췄다. 이후 지난해부터는 관세 자체를 폐지했다. 미국산 자동차는 한미 FTA 관세 인하(철폐) 혜택을 톡톡히 누린 반면, 한국산 차는 본격적인 관세 철폐가 시작된 시점에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는 “한미 FTA 개정협상을 앞둔 미국이 자동차를 불공정 무역의 대표 사례로 꼽고 있는 만큼 이런 통계는 향후 우리 측의 주요 반박 논리로 활용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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