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 지진과 조류인플루엔자(AI), 산불 등 자연재해와 이상기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새로운 경제 리스크로 대두되고 있다.
수능을 연기시킨 포항 지진은 여진이 계속되며 사회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직간접적인 피해를 야기할 전망이다.
21일 관계부처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항 지진으로 건물 외장재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건축구조기준을 개정해 외장재에 대한 내진 적용 규정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건물의 외장재가 지진에 더욱 잘 견디도록 설계와 시공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민간 건축물의 내진 보강률을 높이기 위한 소요 비용으로 2조 원을 추정하고 있다.
수능 일주일 연기로 인한 직간접 비용과 트라우마 등 정신적 피해 규모 역시 막대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지진이 발생한 포항은 지역 경제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진 이후 관광객들의 호텔과 크루즈 예약 취소가 잇따르는 중이다. 남구 호미곶 방문객은 지진 발생 직전 주말과 휴일 이틀간 8400여 명에서, 지진 이후 지난 주말과 휴일 3700여 명으로 급감했다. 이에 앞서 대규모 지진 피해를 입은 경주, 조선업 구조조정 등 제조업 악화 여파가 한창인 울산과 함께 경상권 지역 경제 타격이 커지는 실정이다.
막바지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가 한창인 강원에서는 AI로 비상이 걸렸다. 철새가 이동하는 겨울철을 맞아 강원을 포함한 전국의 야생조류 분변에서 H5형 AI가 발생하고 있는 탓이다. 한동안은 저병원성에 그쳤지만 최근 전북 고창과 전남 순천에서 고병원성이 검출되면서 전이에 따른 피해 확산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다.
AI가 발생하면 고속도로 등에 방역초소를 설치해 지나가는 차량에 소독약을 뿌리고 이동을 제한하게 된다. 올림픽 기간에는 80여 개국에서 4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한국을 찾을 전망이다.
방역과 올림픽 양쪽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이다.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는 지자체와 유통업계도 마찬가지다. 당장 우리나라는 한 달여 만에 AI 청정국 지위를 상실하면서 신선 가금제품 수출이 금지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계속되는 건조한 날씨는 천문학적인 복구비용이 소요되는 산불재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산림청은 전날 산불재난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 발령했다.
전국적으로 건조주의보가 2주일째 지속되는 와중에 강풍까지 겹쳐 산불 위험도가 커진 탓이다. 가을철에 위기경보를 ‘주의’ 이상으로 발령한 경우는 2010년 이후 7년 만이다.
이달 들어 19일까지 총 25건의 산불이 발생했는데, 이는 최근 10년 평균(12.4건)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피해 규모도 9.5㏊로 10년 평균(5.3㏊)보다 79% 커졌다.
산림청은 당분간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산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농촌 부산물 소각 등 위험요인 차단에 주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