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가구와 다주택자 가구의 동시 증가를 수치로 나타낸 ‘2016년 주택소유통계’가 기존 통계 발표 시점들보다 한 달 일찍 공개된 배경에 부동산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이번 통계가 이르면 이번 주 내로 발표될 주거복지로드맵에 힘을 실어줄 사전 포석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17일 공개된 2016년 주택소유통계는 기존 주택소유통계 발표 시점보다 한 달 일찍 발표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주택소유통계는 지난해 12월 15일, 2014년 개인별 주택소유통계는 2013년 12월 30일에 발표됐다. 2013년, 2012년 통계는 조사 기준 다음 해의 12월 18일, 12월 27일에 각각 공개됐다. 201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이번 통계는 11월 중순께 발표된 셈이다.
이를 두고 통계청은 통계 처리 과정이 능숙해진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한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로 통계가 한 달 일찍 발표된 것은 아니다”라며 “처음 통계를 작성할 때 자료를 모으고 처리하는 데 지연됐던 업무가 일상화되고 프로그램과 매뉴얼 등 활용이 더해지며 기간을 단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2~2015년 통계가 발표 시점을 점진적으로 앞당겨 온 흐름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연례적으로 발표되는 다른 통계들은 건설업조사는 8월, 운수업조사는 11월, 고령자 통계는 9월 등과 같이 정기적으로 특정 월에 발표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따라 통계 시점을 한 달 앞당긴 ‘진짜 배경’이 있을 것이란 부동산 업계의 여러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통계 발표가 주거복지로드맵 발표 이전에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작용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발표를 한 달 앞당긴 이번 통계에 대해 “주거복지로드맵 발표 이전에 다주택자들을 압박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자 여론 분위기 조성용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서 “정부는 정책을 발표하기 전 ‘밑밥 뿌리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은행 같은 경우도 금리 인하를 추진하기 전에 실물 경기가 극히 안 좋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들이 주로 모인 부동산 투자 커뮤니티에는 이번 통계 발표가 주거복지로드맵을 넘어서 보유세 인상까지 염두에 둔 여론전의 일환이란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주택소유통계가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내용으로 보기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통계에서 나타난 가구의 주택소유율 변화는 선진국에서도 보통 나타나는 수준”이라며 “정부는 다주택자가 주택을 모두 사들이고 있다고 해석하려 하지만 실제는 가구 수 증가와 경기 변동 등이 이런 변화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주택소유 가구는 총 1074만3000가구다. 이는 2015년보다 4만5000가구(0.4%) 증가한 숫자다. 하지만 1936만8000가구 전체 중 주택소유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주택소유율)은 55.5%로 오히려 2015년보다 0.5%p 감소했다. 이는 무주택 가구의 숫자가 주택소유 가구보다 더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