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겨울 백악관’된 마라라고

입력 2017-11-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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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러츠빌 사태 이후 민심 잃은 트럼프와 같이 인기 하락...자선단체들 등 돌리고 보수단체들 행사장으로 전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유한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있는 마라라고 리조트. 팜비치/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유한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있는 마라라고 리조트. 팜비치/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유한 플로리다 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가 진짜 ‘겨울 백악관’이 됐다.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 폭력사태 이후 자선단체들이 줄줄이 행사를 취소하면서 마라라고에는 스산한 분위기가 감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3일(현지시간) 추수감사절을 맞아 7개월 만에 마라라고 리조트를 찾는다. 그러나 트럼프가 방문할 마라라고는 지난 4월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를 것이라고 20일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작년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의 영향으로 자선행사와 결혼식으로 북적이던 마라라고가 트럼프의 인기가 떨어지자 같이 역풍을 맞은 탓이다.

지난 8월 이후 미국 자선단체들은 마라라고에 예약한 행사를 취소하기 시작했다. 8월 12일 일어난 샬러츠빌 사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극우 단체를 옹호하는 듯한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인 게 발단이었다. 당시 트럼프는 “우익단체와 이에 맞선 반대 단체 모두 책임이 있다”며 쿠클럭스클랜(KKK) 등 극우주의 성향의 집단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반 트럼프 단체들은 마라라고에서 행사를 할 예정인 자선단체에 장소를 바꾸라고 압력을 넣었다. 그러자 미국 암 협회, 적십자사 등을 포함한 19개의 자선단체가 예정된 행사를 취소했다. 취소된 행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무시했던 ‘브레이커스 클럽’으로 몰렸다. 브레이커스 클럽은 남는 손님을 받는 곳이라며 한 때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을 받은 곳이다.

자선단체들이 빠져나가고 트럼프 지지자들이 마라라고의 행사장을 채우는 애잔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총 25개의 행사가 예약돼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성들의 모임인 ‘트럼펫츠 USA’, 공화당 전국청년연맹, 미 기독교방송네트워크(CBN) 등이 주요 단체들이다. 공화당검찰총장연맹은 지난주 행사를 열었다. 팜비치데일리뉴스의 샤넌 도넬리 에디터는 “사람들은 여전히 춤을 추며 밤 늦게까지 즐길 것”이라며 “그러나 이제 마라라고가 아닌 브레이커스로 행사들이 옮겨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마라라고는 정치적인 곳이 아니었지만 트럼프 때문에 극우단체들이 몰려 정치적인 곳이 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펫츠 USA는 내년 1월 18일 1인 당 300달러(약 32만 원)로 책정된 디너를 계획하고 있다. 주최 측은 최소 800명이 참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펫츠 USA의 도니 홀트 크래머는 “수익금을 자선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그렇게 힘든 9개월을 보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1월에 열리는 행사는 전 세계에 있는 트럼프의 팬들을 위한 행사”라고 덧붙였다.

마라라고에 극우 단체, 혹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단체들만 몰리자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과 단체들과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트럼프가 마라라고 리조트의 소유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백악관은 마라라고에서 행사가 열리는 것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트럼프가 마라라고에서 열리는 행사와 연관이 있다는 생각은 매우 모욕적”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마라라고를 올해 총 7번 방문했다. 마라라고를 ‘겨울의 백악관’이라고 부르며 애정을 과시해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 트럼프와 함께 마라라고를 찾았다. 이곳에서 트럼프는 아베 총리와 골프를 쳤고, 시 주석과는 첫 대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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