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의 본고장 디트로이트에 25년 만에 신차 조립공장이 들어선다. 인도 자동차업체 마힌드라가 그 주인공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마힌드라가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북쪽 외곽에 있는 오번 힐스 지역에 신차 조립공장을 설립한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5년 만에 처음으로 디트로이트에 신차 조립공장이 세워지면서 마힌드라가 침체한 디트로이트의 부활을 주도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트로이트는 한때 미국 산업의 기둥 역할을 했으나 금융위기 때 미국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파산하면서 쇠락했다. 마힌드라는 디트로이트를 살리는 데 주도권을 쥐는 동시에 미국 시장을 향한 야심을 밝혔다.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은 이날 “누구도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미국에서 사업을 확대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디트로이트의 부활을 주도할 책임이 있다”며 “디트로이트가 부활한다는 것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투자가 확대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의 트랙터 생산업체인 마힌드라는 오번 힐스에 지어지는 공장에서 트랙터와 오프로드 모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자회사인 쌍용차도 자연스레 미국 진출에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힌드라 회장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로부터 영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향해 ‘당신은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어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무시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디트로이트는 전기차, 전기 자전거, 전기 스쿠터 제조를 포함한 산업의 중심이자 미국에서 성장하고 싶은 기업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마힌드라는 미국 내 여러 공장에서 트랙터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 걸쳐 마힌드라가 고용한 직원은 약 3000명이며 전 세계적으로는 20만 명이 넘는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마힌드라가 디트로이트 지역에 남긴 발자국은 미약하다. 오번 힐스 공장에 투자한 자금은 약 2억3000만 달러(약 2520억8000만 원)이며 여기에는 기술 센터 등을 설립하는 자금도 포함돼 있다. 고용 예정 인력은 약 270명이다.
마힌드라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마힌드라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험로를 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올해를 포함해 2년 연속 자동차 수요가 감소했고, 제너럴모터스(GM), 폴크스바겐, 도요타 등 굴지의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 자동차 전문지 오토트레이더의 마이클 크렙스 애널리스트는 “마힌드라는 힘든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며 “마힌드라 CEO가 언급한 테슬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그 정도로 올라가기까지 막대한 비용을 썼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