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 수도권 상륙…집 주인 ‘노심초사’

입력 2017-11-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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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전국 전세수급지수 121.2로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

대규모 아파트 입주 물량을 소화하지 못해 발생하는 역(逆)전세난 위기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번지는 추세다. 여기에 곧 발표될 주거복지 로드맵에 전월세상한제,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이 담길 것으로 알려져 전셋집 주인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22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의 전세수급지수가 13일 기준 121.2까지 내려가 2009년 2월 2일(114.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낮을수록 전세 수요보다 공급이 많음을 의미한다.

이미 주택 공급 과잉을 겪은 경북·충남·경남 등 지역에선 역전세가 벌어지고 있다. 2015년 12월 14일 기준(100.0)으로 전셋값 수준 변화를 나타내는 전세지수는 경북이 96.1, 충남이 97.6, 경남이 95.2이다. 이 지역에선 집주인이 2년 전세계약 만기와 맞물려 하락한 전셋값을 자기자본으로 메꿔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충남 천안서북구 한성필하우스3차는 84㎡형 아파트가 2015년 12월 2억3000만 원에 전세 거래되던 것이 올해 11월 초에는 전셋값 1억8000만 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같은 평형 아파트가 이달 중순에 2억2000만 원에 팔린 것을 고려하면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메꿀 수 없는 ‘깡통전세’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방발 역전세 위기는 마찬가지로 입주 폭탄을 맞은 수도권 남부로 북상 중이다. 수원은 올해 6월 19일(103.1)까지 오르던 전세지수가 매주 보합·하락을 반복하더니 현재는 102.3까지 내려간 상황이다. 화성, 광주 등도 몇 달째 전세지수가 반등을 못 하고 내려가고 있다. 이천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100 이하로 떨어져 현재는 99.4이고 과천 또한 7월부터 100 이하로 내려간 뒤 현재는 98.0으로 집계됐다. 안산, 시흥, 오산 등도 지난달 전후로 전세지수 하락세에 동참한 상태다. 올해 12만7000여 가구인 경기 입주 물량 중 43%가 남부권에 몰린 탓이다.

이번 주거복지로드맵에는 전셋집 주인에게 불리한 전월세상한제와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전월세상한제는 연간 임대료 인상률을 5% 등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차 계약 종료 시점에 세입자가 재계약을 요구하면 집주인은 1회에 한해 수용하는 것이 골자다. 이대로라면 세입자는 현재 2년마다 재계약하는 전셋집을 최소 4년간 연간 임대료 5% 인상분만 추가 부담하고 살 수 있다.

이는 갭투자자들에게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서울 바깥 수도권 지역으로 몰린 갭투자가 위에선 정책, 아래로는 전세수요 감소에 눌려 ‘샌드위치’가 되는 양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통상 전월세상한제 같은 정책 도입 전에 갭투자자가 전세를 한꺼번에 올리는 움직임이 있게 마련”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공급 과잉이라 그마저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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