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 읽기] 바야흐로 '긴축의 시대'…'금리 갈아타기' 타이밍은?

입력 2017-11-23 12:24 수정 2017-11-2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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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기업금융부 차장

“빚내서 집 사고,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

한 달 전 경제부처 수장들과 여당이 가계부채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댄 당정협의에서 나온 말이다. 그만큼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그렇다면 가계부채 규모는 얼마나 될까.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내용에는 9월 말 기준, 국내 가계부채 총액이 사상 최대 규모인 1419조 원을 기록했다. 이는 “빚내서 집 사고,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정부의 호언장담과 달리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이 줄지 않았던 탓이 크다. 여기에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인터넷은행의 출범으로 까다롭다는 신용대출까지 눈에 띄게 늘었다.

이미 받은 대출금이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빚부터 줄이는 게 상책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당장 대출금 상환 여력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코앞에 닥친 금리 인상 쓰나미 충격을 흡수할 만한 상황인지 가계부부터 점검해야 한다.

◇궁금증① 1년 4개월 잠자던 기준금리가 ‘기지개’를 켠다?

연일 메스컴에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마치 ‘올 것이 오게 되는 것’처럼 공포감이 조성되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한국은행이 0.25%포인트 내린 후 사상 최저인 1.25%를 16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30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1.5%로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기준금리를 둘러싼 분위기가 어떠하기에 이토록 요란스러울까. 시장에서는 △완연해진 국내 경기의 회복세 △확실시되는 미국의 금리인상 △여전히 높은 가계부채 증가세 등 3가지 요인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신호를 준 지 5개월째다.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궁금증② 소수점 하나에 울고 웃는 ‘기준금리’가 뭐길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대출자들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 걸까.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내가 은행에서 받은 대출금 이자도 덩달아 올라가는 걸까. 정확하게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지난달 대출시장 금리를 보자.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인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슬금슬금 오르더니, 급기야 심리적인 저항선인 5%까지 돌파했다.

주담대 금리는 코픽스(COFIX) 금리와 가산금리를 합쳐 산출된다. 정리를 한다면, 대출금리는 코픽스 금리에 은행이 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뺀 값으로 정한다. 쉽게 말해 은행이 자금을 모으는 데 드는 금리(코픽스)와 대출자 신용도 등 은행이 감수해야 할 위험 요소의 값(가산금리)을 붙여서 나오는 값을 얘기한다. 은행들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가산금리의 산출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각 은행이 정한 목표이익률에 따라 가산금리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깜깜이 금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대출시장의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기준금리 인상 → 코픽스 상승 →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궁금증③ 치솟는 은행대출 금리… 고정금리 갈아타기 적기는?

최근 은행 대출창구에서는 주담대 대출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기준금리가 인상되기 전에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타야 할지 등을 묻는 내용이다. 사실 몇 달 전부터 시장금리 상승 여파로 주담대 금리가 급하게 오르면서 적잖은 이자 부담이 늘어났다. 단순 수치로 환산하면 지난해 여름 변동금리로 1억 원을 빌린 사람은 1년 만에 월 이자 부담이 5만 원가량 늘어난 상황이다.

전문가들 얘기를 빌리자면 국내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지는 않겠지만, 점진적인 상승 국면에 접어든 것은 확실하다. 때문에 3년 이상 대출이 필요하다면 변동금리 대신 고정금리 상품을 고르거나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금리가 인상된다고 무작정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 또한 능사는 아니다. 통상 기준금리는 1년에 한두 차례(0.25~0.5%포인트) 오르는 수준이라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만일 3년 이내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는 여력이 된다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가 유리하다. 고정금리는 은행이 향후 금리변동에 따른 위험부담 비용을 반영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변동금리보다 높다. 결론은 돈을 빌리는 기간을 고려해 변동금리와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는 얘기다.

팁 하나를 더하자면, 변동금리 대출자가 같은 은행의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경우엔 대출받은 지 3년이 되지 않았더라도 중도상환수수료를 물리지 않는다. 또 혼합형 금리(5년 고정 + 10년 변동) 대출자는 대출기간 3년이 지난 후 적격대출·보금자리론 같은 주택금융공사의 장기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게 좋다. ‘고정 → 변동’, ‘고정 → 고정’으로의 대출 갈아타기는 3년이 지나야 중도상환수수료가 없기 때문이다.

◇궁금증④ 바야흐로 ‘긴축의 시대’… 최선책은?

다음 달이면 외환위기 20년이다. 까마득한 옛일 같지만 외환위기의 상처는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다. 당시 무리하게 늘린 빚을 기업이 갚지 못한 게 주요인이었다. 결국 ‘빚’ 때문에 기업의 부도를 촉발했던 외환위기는 ‘가계부채 시한폭탄’이란 이름으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의 10·24 대책에 따라 앞으론 금융권에서 대출받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부채의 부담이 주는 무게 자체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바야흐로 ‘긴축의 시대’다. 금리 상승기에 빚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대출 규모 자체를 줄이는 빚테크 전략이 가장 필요한 생존 전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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