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가파른 원·달러 환율 하락세

입력 2017-11-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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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형 수원대 특임교수,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가파르다. 지난주 금요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최근 1년 만에 처음으로 환율이 1100원대를 깨고 내려가, 전일 종가 대비 3.9원 낮은 1097.5원에 거래를 마쳤다. 본격적으로 하락을 시작한 14일로부터 나흘 만에 20원 넘게 내린 수치다.

환율은 왜 이렇게 하락하는가? 달러 수급적 측면에서 얘기하면 달러의 공급이 그만큼 달러의 수요를 압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들어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이미 9월까지의 경상수지 흑자는 6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월별로 보더라도 8월의 경상수지 흑자인 60억 달러의 배가 넘는 122억 달러의 흑자가 9월에 기록되면서 시중에 달러가 넘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경상수지 흑자를 트집 잡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으로 인한 외환당국의 인위적 시장 개입이 더욱 부담스러워지는 측면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재무부가 환율조작국을 매년 지정하는데, 환율조작국의 세 가지 요건은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 △연간 GDP 대비 3%를 초과하는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 △GDP 대비 외환 순매수 비중 2%를 초과하는 환율시장의 일방향 개입 여부이다. 우리나라는 10월 17일 세 요건 중 앞의 두 개에만 해당돼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했다.

그러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미국의 압박이 상존(尙存)해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가 완전히 걷힌 건 아니며, 내년 4월에 환율조작국을 지정하는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또 나오므로 이번 가파른 원화 강세 속도에도 당국이 손을 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마지막 한 가지 요인으로는 11월 15일 한국과 캐나다 양국 간 체결된 상설 통화스와프를 꼽을 수 있다. 어찌 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가장 큰 금융정책적 성과라고도 볼 수 있는 이번 통화스와프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난 박근혜 정부 때 위안부 문제라는 암초로 인해 일본 정부와의 통화스와프 연장이 불발되고, 사드 문제로 인해 중국 정부와의 통화스와프 연장이 불투명해지는 등 외부적으로 불리한 여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외교력을 발휘해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을 성공시킨 데 이어 이번에 한·캐나다 간 상설 통화스와프라는 중요한 경제적 쾌거를 달성한 것이다. 캐나다는 신용평가회사인 S&P의 신용등급상 최고 등급인 AAA를 받고 있는 나라이자, 미국의 최우선 우방국 중 하나이다.

이런 나라와 일단 유사시 금융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금액 제한 없이 서로 도와주겠다는 통화스와프 조약을, 그것도 기간을 정하지 않은 상설 조항으로 체결한 것은 사실상 우리나라 입장에서 더 이상의 외환위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다. 이 조약 체결의 발표가 결정적으로 환율을 1100원 밑으로 떨어뜨리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환율은 어찌될 것인가? 내년도 수출 전망을 먼저 살펴보자. 내년도 수출은 올해의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올해 무역 흑자 예상액인 940억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850억 달러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외 건전성으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금이 계속 유입되는 반면 미국 정부의 달러와 약세 유도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원·달러 환율은 1070원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환율의 점진적 하락은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경쟁력이 향상되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매우 바람직하다. 이제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기업들은 사실 환율이 1000원대까지 하락해도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국민 모두가 수출이라는 지상명제를 위해 낮은 원화가치라는 비용을 나눠 부담하고 있었던 것을 이제 조금씩 정상화해가는 게 자연스럽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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