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잘나가는 한국 골프와 무섭게 추격하는 중국 골프

입력 2017-11-27 10:21 수정 2017-11-2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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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찬 골프대기자

무서운 중국 골프가 시작됐다.

‘얼룩소 패션’이 인상적인 펑산산(馮珊珊·28)이 중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여자골프랭킹 1위에 오르자 중국 골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슈퍼루키’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박성현(24·KEB하나금융그룹)을 2위로 끌어내리고 정상에 오르자, 중국 언론들은 이 소식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특히 중국에서 골프 뉴스가 하늘의 별따기인 국영방송인 CCTV의 뉴스까지 등장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일본과 중국에서 열린 ‘아시안 스윙’ 재팬 토토 클래식과 블루베이 LPGA에서 우승한 펑산산은 볼빅 챔피언십을 포함해 시즌 3승, 통산 9승을 올렸다. 그는 외모와는 전혀 다른 골프를 하고 있다. 키는 171㎝이지만 체형만 놓고 보면 운동선수로 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 그가 3주째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국에서의 골프는 여전히 부르주아 스포츠이고, 골프장은 ‘부패의 온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녹색 아편’ 취급을 받았다. 마오쩌둥(毛澤東)은 1949년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1980년대까지 금지됐다가 개방을 외친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해금됐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660개의 골프장 중에서 60개를 없애 버렸다. 물 때문에 농민과 마찰이 생긴 곳이나 불법적인 방법으로 건설한 골프장은 공권력을 동원해 가차없이 페어웨이(fairway)를 밀어 버렸고, 클럽하우스를 뭉개 버렸다.

▲펑샨샨(사진=LPGA)
▲펑샨샨(사진=LPGA)

중국 골프 문화는 미국보다 40년, 한국보다 20년 뒤져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엄청난 속도로 골프 선진국을 추격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최고 지도자들이 1980~1990년대 골프금지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세계 골프계에서 빛을 발한 것과 사뭇 비슷하다. 금융위기로 실의에 빠져 있던 1998년, 박세리(40)가 US여자오픈에서 승전보를 전해 주며 희망을 갖게 한 것처럼 펑산산이 골프를 통해 중국인들의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 골프장은 한국에 도입된 시기보다 80년 이상 뒤져 있다. 한국에는 1897년 무렵 함경남도 원산을 통하여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근거 자료가 없다. 때문에 1900년경 함경남도 원산항의 영국인들이 세관 안의 유목산 중턱에 6홀의 골프장을 만들어 플레이를 한 것이 처음이라고 전해진다. 일본 골프장은 1903년에 처음 만들어졌고, 중국은 1984년에 생겼다.

그럼에도 작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골프에서 박인비(29·KB금융그룹)가 금메달, 펑산산이 동메달을 차지했다. 사실 중국의 골프스타는 전무했다. 이 때문에 중국 사람들은 최근까지 펑산산을 잘 몰랐다. 리우 올림픽 때 동메달을 따면서 일반인들도 그를 알게 됐다. 중국에서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다. 펑산산은 시진핑의 초대를 받았고, LPGA투어도 불참하고 중국에서 한동안 놀았다(?). 펑산산은 “세계랭킹 1위 자리에 국기가 걸린 것을 보고 지난 18년간 골프에 쏟아부은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펑산산의 스윙 코치인 게리 길크리스트는 “펑산산의 세계랭킹 1위 등극이 중국의 골프를 새로운 레벨로 성장시킬 프로펠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달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중국의 고교생 린위신(17)은 “미래의 골프는 중국이 차지할 것”이라고 말한 것만 봐도 중국 골프의 잠재력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놀라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는 중국 골프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비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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