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장 크리스토프 빅토르 외 ‘지도로 읽는 아시아’

입력 2017-11-27 10:17 수정 2017-11-2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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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국가 이슈를 한눈에 보여주는 지도들

촘촘히 연결된 세상이다. 세상에 대한 안목과 시야를 넓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특정 지역이나 국가의 주요 이슈들을 살펴보는 일이다.

‘지도로 읽는 아시아’는 지도를 토대로 아시아 지역의 주요 이슈들을 다룬 ‘아시아 안내서’이다. 장 크리스토프 빅토르 등 저자들이 사는 국가나 지역이 아닌데도 ‘어쩌면 이렇게 세세하게 지역 문제를 파헤칠 수 있을까’라는 놀라움을 주는 세밀한 지역 탐구서이다. 3부로 구성된 소제목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뉴스 지면을 빈번히 장식하는 친숙한 주제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한 번 정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주제들이 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1부는 아시아의 여러 면모를 다루고 있다. 흔들리는 강국 일본, 자국 경제모델에 의문을 제기하는 중국, 세계화의 중심 국가 싱가포르, 모순들의 불안전한 균형 국가 인도가 그 주인공이다. 2부는 아시아의 다양한 긴장과 갈등 문제를 다룬다. 일본의 재무장, 중국과 미국의 지역 경쟁, 갈등의 핵심인 중국, 두 개의 한국, 카슈미르 분쟁 등이다. 3부는 △21세기 실크로드 △21세기의 수도 상하이 △민주주의를 향한 태국의 전진 △베트남의 부흥 등 역동적인 아시아의 발전상을 다룬다.

가장 알고 싶은 주제를 선택해 읽으면 된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전한 시대라고 하지만 정밀한 지도를 사용해 문제의 핵심을 드러낸 저자들의 열정과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제2부가 시작되는 단 한 장의 아시아 지도에는 미군 함대 배치, 중국의 군사기지, 해상 분쟁지역, 해적 활동지역 등이 표시돼 있다. 어떻게 이런 지도를 만들 수 있었을까? 아시아 각국이 겪고 있는 내전이나 분리 운동을 나타내는 지도도 있다.

‘일본의 재무장은 중국을 겨냥한 것일까’라는 주제의 글에는 일본의 영유권 분쟁 상황을 나타내는 지도가 소개글과 함께 제공된다. “일본이 자국 영토를 모두 합치면 일본의 면적은 현재의 열두 배로 증가한다. 일본 열도 주변의 6852개 섬이 형성하는 거대한 배타적 경제수역이 일본의 자산이 되고 있다.”

미국은 5함대를 인도양에, 7함대를 태평양에 배치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해상수송로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미국에 맞서 중국해에서 인도양까지 뻗어 있는 하나의 축을 따라 중국의 전략적 거점들을 배치해 왔다. 이 진출 거점들을 연결하면 진주목걸이 모양처럼 보인다고 해서 ‘진주 목걸이 전략’이라고 부른다.

남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인접 아시아 국가들의 갈등 상황 역시 단 한 장의 상세한 지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석유를 시추 중인 지역은 물론이고 센카쿠열도와 난사열도 문제의 실상을 이해하는 데 지도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 히말라야 산맥 지역에서 인도와 벌이고 있는 영토분쟁도 단 한 장의 지도로 설명이 가능하다. 심심찮게 국제 뉴스의 초점이 되는 카슈미르 분쟁도 인도, 파키스탄 그리고 중국 사이의 갈등 관계를 한 장의 그림으로 표시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책을 펴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지도를 소개하면서 글을 쓰는 일은 시간을 많이 투입해야 가능하다. 읽는 내내 독자 입장에서 빚을 진 기분이 들 정도로 저자들의 노고가 깊이 담긴 책이다. 아시아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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