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정부 경제지표 뻥튀기 관행 손본다...성공할까

입력 2017-11-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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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경제지표 조작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그동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경제지표 통계가 일치하지 않아 경제 혼란은 물론 중국의 정책에 대해 국제적으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막강한 권력을 잡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방정부의 오랜 뻥튀기 관행을 고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는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시작으로 경제지표 산출 방식을 투명화할 방침이다. 중국에서는 국가 전체의 GDP를 국가통계국이 집계하고, 지방의 GDP는 지방정부가 산출해 발표해왔는데, 지방의 수치 합계가 전국을 웃도는 게 일상화하는 등 중앙정부와 큰 격차가 있었다.

중앙과 지방의 수치 격차는 경제 실상을 파악하기가 어렵게 해 중앙정부에 의한 경제 조절을 가로막는다. 그 영향은 중국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국제 사회가 중국의 통계에 대해 불신을 품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조작 비리가 발각된 경우도 있다. 중국 둥베이 지방 남부의 랴오닝 성은 올해 1월 성내 도시와 현이 2011~2014년에 재정 수입을 부풀렸음을 인정했다. 랴오닝 성의 올 상반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20% 대폭 감소했는데, 통계를 제대로 산출하다보니 성장률이 급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 중앙정부가 택한 것은 지방에 자성을 촉구하기보다는 직접 지방의 통계 산출에 관여하기로 한 것이다. 국가통계국은 10월 말 국가와 지방의 GDP 산출 방식을 2019년에 통일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처럼 각 지역의 GDP를 각 성(省)의 통계 담당이 제각각 집계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통계국 지도 하에 산출하는 방식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국가통계국의 리샤오챠오 부국장은 “목표는 지방과 중앙의 통계를 통일해 GDP 데이터의 질을 높이고 과학적으로 경제 상황을 판단해 거시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가와 지방의 경제지표 통계가 서로 맞지 않았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중앙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혀온 지방의 허술한 통계에 마침내 개혁의 메스를 들이대는 건 시진핑 국가주석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중앙전면개혁심화지도소조는 지난 6월 회의에서 지방의 GDP를 통일적으로 계산하기 위한 개혁 플랜을 채택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첫 번째 조치가 이번 국가통계국의 발표다.

하지만 이를 통해 중국의 경제지표 조작이 마침표를 찍을 지에 대해선 회의론이 여전하다. SMBC 닛코증권의 샤오 민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의 본래 주역은 기업과 개인이지만 중국은 지방정부가 주역이 되어 다른 지방과 경제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지방정부가 기업을 내세워 경쟁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공산당 서열 상, 지방에서 중앙으로의 출세길을 찾는 중국에서는 지방에서의 실적이 자신의 미래를 좌우한다. 그 상징이 성장률이다. 중앙정부는 GDP 확대만 추구하는 경쟁의 폐해를 반복하고 있지만, 다른 명확한 지표가 없는 만큼 성장률을 앞세운 경제 운영이 계속 이어져왔다.

GDP 부풀리기가 부정인 것은 틀림이 없지만 문제가 발각돼 허위 수치를 바로잡으려다 보면 실물경제에까지 타격을 준다. 부동산 개발이 그 전형이다. 중국의 부동산 투자는 민간이 주체라기보다는 지방정부가 재정 수입을 늘리기 위해 유도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한 경제 운영의 근간에 있는 것은 수요의 환기가 아니라 생산 측면에서 경제를 보는 사고방식이다. 샤오 민제 이코노미스트는 그것을 “계획 경제 그대로의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민간 기업의 자유롭고 효율적인 경쟁이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사고방식이 정책의 근저에 있으면 지금과 다른 운영이 될 것인데, 그렇지 않아서 아무리 중앙정부가 과잉 투자를 경계해도 지방정부가 투자 경쟁을 하는 사태가 계속돼왔다는 것이다.

신문은 중국의 통계 개혁은 단순히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방법의 통일에 그치지 않고 “지방정부가 주역”이라는 경제 체질을 고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0월 공산당 대회를 통해 권력 기반을 더욱 공고히한 시 주석에 대해선 정치적으로 국민에게 억압을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계획 경제 체질은 여전해 중앙과 지방의 방향성을 맞추기 위해선 강한 권력 기반도 필요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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