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의 채권왈가왈부] 11월 금통위, 10년11월·11년6월 데자뷰?!

입력 2017-11-27 10:32 수정 2017-11-2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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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일치가 중요? 여부 관계없이 느린 금리인상 기조 이어갈 듯

한국은행 11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이 이번주로 다가왔다. 6년5개월만에 금리인상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관심은 만장일치 여부에 쏠리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만장일치 여부에 따라 향후 추가 금리인상의 보폭과 속도에 대한 합리적 추론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리인상과 동결 소수의견의 조합이라면 시장은 향후 금리인상은 신중할 것이라는 확실한 시그널로 받아드릴 공산이 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소수의견 있다면 함준호 or 신인석 위원 =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이 이뤄진다면 만장일치 여부는 반반이라는 생각이다. 우선 10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함준호·신인석 추정 위원이 비둘기파로 관측된다. 소수의견이 있다면 이들 중에 나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함준호 추정 위원은 “완화적 통화기조의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절해 갈 필요성이 생성됐다”고 인정하면서도 “현 시점에서는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실물경기와 물가흐름이 괴리됐다”며 “통화정책 유지의 효익과 비용간 상충성을 높여 효율적 통화정책 운용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한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 모두발언에서도 ‘상충성’ 문제와 ‘실질금리 하락’을 중심으로 언급했다.

신인석 추정 위원도 “경기회복 추세가 기조적인 물가상승압력을 점차 확대시킬 수 있을 정도로 확산될 것인지, 가계부채 관련 위험이 점차 축소될 수 있을지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 위원도 9월말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의 통화정책은 완화적이다. 중립금리가 하락했지만 현재 기준금리는 충분히 낮아 중립금리를 하회한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결국 이 둘은 낮은 물가로 인해 당장 그리고 빠른 속도의 금리인상은 어렵다고 보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1.8% 상승에 그쳐 4개월만에 다시 1%대로 내려앉았다.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 근원인플레도 1.6%에 그쳐 13개월연속 1%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원화강세(원·달러 환율 하락)가 급격한 점도 물가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총재 의지에 한번은 수긍 = 반면 이주열 한은 총재는 퇴임전 금리인상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임기 내내 인하만 해온데다 그런 인하도 전임 정부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강하기 때문이다.

내년 3월말 퇴임하는 그에게는 올 11월과 내년 1월과 2월 총 3번의 금리결정 금통위가 남아있다. 다만 1월은 연초인데다 2월은 설 연휴에다 차기 총재가 지명됐을 가능성이 높아 금리를 변경하기 어렵다. 사실상 11월이 그에게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그는 지난 6월 한은 창립기념사 이래로 지속적으로 금리인상 시그널을 강화해왔다. 지난달 금통위 후 기자회견에서는 “금융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돼 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결국 이같은 총재 의지를 비둘기파 위원들이 용인한다면 만장일치 인상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2010년 11월과 2011년 6월 금통위도 그랬다.

당시 기준금리가 2.00%에서 3.25%까지 인상되는 와중에 당시 슈퍼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강명헌 위원이 이때는 인상에 힘을 실어주면서 결과적으로 만장일치 인상 결정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금통위 역사상 연말연초 금리변경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11월은 연중 금리변경을 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금통위다. 강 위원은 당시 연말이·상반기가 가기 전에 한번은 용인해줄께라는 심정으로 인상에 손을 들었다는 후문이다.

◇포인트는 완화정도의 축소, 추가 인상 내년 7월 이후에나 = 이번 인상이 만장일치이든 아니든 포인트는 결국 ‘완화정도의 축소’라는 판단이다. 이는 이 총재도 그간 누누이 강조해 온 것이다.

성장률이 3%를 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총생산 격차(GDP갭) 마이너스가 계속되고 있다. 이 총재가 지난 금통위 기자회견에서도 “경기나 물가 흐름이 그야말로 지속적이냐 기조적이냐 하는 판단을 하기 위해서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매파로 분류되는 조동철 위원도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실질중립금리 상승속도가 완만하다. GDP갭과 물가상승압력의 연결 메커니즘에 구조적 변화가 있을 가능성 모두 통화정책의 전환속도가 완만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14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금리인상을 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나, 다른 한편에서는 빠른 인상을 가로막는 재료다. 함 위원이 지난 8월부터 상충성을 공식 언급하기 시작한 것도 이를 감안한 맥락이다.

결국 이같은 요인들로 인해 느린 금리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경제적 요인도 반영될 것으로 본다. 내년 1월과 2월 외에도 4월은 총재 교체 직후다. 5월 역시 6월 지방선거 전이다. 경제성장과 물가가 예상외로 크게 개선된다면 모를까 향후 추가 금리인상은 일러야 내년 7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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