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ㆍ유통기업들이 홈퍼니싱(집안 꾸미기)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사업 확장에 공들이고 있다.
장기 불황 속에서도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젊은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주거공간을 편안하고 아늑하게 꾸미려는 ‘휘게(Hygge)’ 라이프가 확산하면서 홈퍼니싱 시장이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 이를 겨냥한 패션ㆍ유통기업들이 기존의 탄탄한 유통망을 바탕으로 가구, 인테리어 소품, 생활용품 등으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어 업체 간 치열한 각축전이 예고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2008년 약 7조 원 수준이던 국내 홈퍼니싱 시장 규모(통계청 조사)는 2015년 12조5000억 원으로 8년 만에 2배 가까이 성장했고, 2023년까지 18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도 ‘#홈스타그램’이 태그된 사진은 100만 건에 육박하며 ‘#집꾸미기’ 52만 건, ‘홈데코’ 49만 건, ‘#홈스타일링’ 31만 건 등 국내 홈퍼니싱의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는 전국적인 유통망을 기반으로 숍인숍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자주는 가장 한국적인 스타일로 국내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차별화 전략을 내세워 이마트, 스타필드 매장, 플래그십스토어를 포함해 전국 156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자주의 지난해 매출액은 1750억 원 규모이며, 올해 말까지 매출 22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8월 바이어들이 해외에서 직매입한 리빙 상품을 선보이는 리빙 편집숍 엘리든 홈(ELIDEN HOME)을 오픈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 8층에 북유럽 국가 브랜드 60여 개와 3000여 개의 제품이 입점해 있으며, 2000원짜리 에코 수세미부터 690만 원에 달하는 고급 소파까지 다양한 제품을 갖추고 있다. 오픈 10개월 만에 엘리든홈 강남점 매출은 목표 대비 200% 이상을 기록했고 웨딩과 이사 수요가 많았던 5월에는 목표의 350% 이상을 달성했다.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회장이 리빙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꼽으면서 올해 초 미국 프리미엄 주방용품 브랜드 윌리엄스소노마와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맺고 7월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1호점, 9월 대구점에 2호 매장을 열었다. 향후 10년간 30개 매장으로 점차 늘려 나갈 계획이다.
패션업계도 홈퍼시닝 시장에 가세했다. H&M과 자라 등 해외 SPA(제조ㆍ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들이 홈 제품을 국내에 들여온 데 이어 패션그룹형지는 올해 2월 프랑스 감성의 리빙 브랜드 까스텔바쟉 홈을 론칭했다. 1호점은 롯데백화점 잠실점 9층 리빙관에 입점 브랜드 중 최대 규모로 문을 열었다.
이외에 위비스는 지난해 덴마크 디자인 소품 브랜드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을 들여와 롯데백화점 명동 영플라자에 1호점을 열었으며, 현재 스타필드 고양점 등 9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슈페리어도 ‘마틴싯봉 리빙’을 2015년 론칭, 2030세대를 주 타깃으로 삼아 커튼, 쿠션, 침구 등 패브릭과 다양한 리빙 인테리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인 SK플래닛 11번가도 가구 제조사와의 공동 가구 브랜드 ‘코코일레븐’을 3일 론칭, 홈퍼니싱 시장에 뛰어들었다. 11번가 MD가 상품개발 과정에 참여하면서 11번가 고객들의 가구 구매 빅데이터를 분석해 공간 활용도를 높인 디자인, 포인트 컬러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비슷한 사양의 시중 가구 브랜드 제품보다 절반 수준의 가격으로 내놓으면서 가성비 전략을 내세웠다. 11번가 관계자는 “e커머스 시장에 커지는 가구 수요를 잡기 위해 가구 브랜드를 론칭했다”며 “패션처럼 유행이 빨라지는 가구 시장을 겨냥해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과 디자인, 소재 등을 반영해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