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새로운 유형의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유입됐다. 신형 고병원성 AI는 오리보다 닭에 더 치명적인 바이러스다.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27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전북 고창 육용오리에서 이번에 새로 분리된 바이러스는 병원성 시험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유럽에서 유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예단은 힘들지만 녹변 등의 증상으로 봐 올해 초 발생한 것과 비슷한 정도의 병원성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리보다는 닭에 피해가 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해당 AI 바이러스는 지난해 말 유럽에서 유행했던 H5N8형과, 유럽 야생조류의 저병원성 H3N6형이 재조합된 새로운 H5N6형일 가능성이 높다.
표면유전자인 HA와 NA의 경우 유럽의 야생조류에서 분리된 AI 바이러스 유전자와 유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상동성이란 동종이나 이종 개체들 간의 DNA 또는 단백질 서열의 유사도를 말한다.
고창 H5 유전자는 지난해 네덜란드 야생조류(홍머리오리)에서 분리된 H5N8 바이러스와 가장 높은 상동성(99.17%)을 보였다. N6 유전자는 2014년 네덜란드 야생조류(흰뺨기러기)에서 분리된 H3N6바이러스와 가장 높은 상동성(97.25%)을 지녔다. 다른 내부유전자들도 지난해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에서 유행한 H5N8 HPAI 바이러스와 가장 높은 근연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과거 국내에서 유행했던 유전형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유형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국내 발생한 H5N6 계통군(clade2.3.4.4.C)과 유전자 특성이 매우 상이하단 설명이다.
HA는 93.26~93.33%, NA는 84.15~84.23%의 상동성을 보였다. 올해 초 국내 발생한 H5N8 계통군(clade2.3.4.4.B)과는 8개 유전자 중 4개에서 차이를 나타냈다.
박 본부장은 “8개 유전자가 유럽에서 발생한 AI 바이러스와 모두 일치했다”고 부연했다.
방역당국은 철새 이동경로를 따라 감염된 해당 바이러스가 야생조수류, 사람, 차량(기구) 등을 통해 농장 내로 유입된 것으로 잠정 추정했다. 해당 농장은 철새도래지 인근(동림 저수지등)에 위치해 있고, 최근에는 가창오리 등 철새 이동이 확인됐다.
검역본부는 축사 지붕에 야생조류의 분변이 다수 발견돼 AI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바이러스 간 재조합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바이러스가 올해 10월 이후 겨울철새를 통해 국내에 유입됐을 개연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H가 16종류, N이 9종류로 총 144개까지 조합이 가능한데 이번에 발견된 건 새로운 조합”이라며 “유럽 등 전 세계에서도 보고된 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