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6일 '낙태죄 폐지'와 관련해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혀 공론화에 신호탄을 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30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 관련 청원 동의자가 10월 27일 기준 20만 명을 넘어서면서 청와대가 입장을 밝힌 것이다.
27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산부인과학회와 산부인과의사회 등 의료단체 회원 사이에서 낙태 수술에 대한 찬반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낙태 수술이 워낙 사회적·종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명확하게 본인의 찬반 의견을 밝힌 의사도 없는 상황이다.
낙태 수술에 반대하는 의사들은 생명 윤리를 내세우거나, 개인적 종교 신념에 따라 낙태 수술을 계속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낙태 수술에 찬성하는 의사들은 강간·근친상간 등 본인이 원치 않은 임신을 했거나, 염색체 이상과 같은 태아의 신체에 문제가 있을 때 제한적으로 낙태 수술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낙태문제는 임신 주수 등에 따라 ‘생명을 가진 존재’의 기준을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 등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건강권 등 사회적·종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의료계 내부적으로 섣불리 결론을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이 문제는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국회, 헌법재판소 등 행정·입법·사법부가 모두 관련된 사안이다. 위헌 여부는 헌재에서 가리고, 국회는 공청회 및 입법 과정을 통해 제도를 고친다. 이 때문에 낙태죄 처벌에 관한 형법을 준수하면서 정부가 내놓는 결정을 따르자는 분위기가 일반적이다.
의료계는 찬반 양측 입장이 팽팽하기 때문에 먼저 나서서 낙태 수술과 관련한 기준을 제시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낙태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사회적 논쟁이 불거지지 않도록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직접 나서 "8년간 중단됐던 정부의 '인공임신중절 수술 실태조사'를 내년에 재개하겠다"는 요지의 답변을 내놓았지만 폐지를 추진하겠다거나 폐지하겠다는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