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 칼럼] ‘유아인 SNS논란’을 보면서

입력 2017-11-2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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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한 글자가 정반대의 뜻을 갖고 있는 데 대해 간혹 놀라게 된다. 남을 배려(配慮)한다고 할 때의 配자는 주로 짝, 아내, 나누다라는 뜻으로 알려졌지만 적수라는 뜻도 있다. 慮자도 생각한다, 근심한다는 뜻 외에 의심한다, 조사한다는 뜻이 있다. 이별(離別)의 離에는 가르다, 떼어놓다, 배반하다는 뜻과 정반대로 붙다, 부착하다는 뜻이 있다. 굴원(屈原)의 ‘이소경(離騷經)’에 쓰인 離는 근심이나 어려움을 떠나는 게 아니라 만났다(걸렸다)는 의미이다.

세상일에는 다 양면이 있다. 완벽한 선인도, 절대적인 악인도 없다. 그러니 이런 양면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매사에 조심스럽고 머뭇거리고 손님처럼 어려워한다. 청백리(淸白吏) 재상 오리(梧里) 이원익(李元翼·1547~1634)에 대해 효종은 “몸은 옷을 이기지 못할 것처럼 가냘프나 관직을 맡으면 늠름하여 범하기 어렵고, 말은 입에서 나오지 못할 것처럼 수줍으나 일을 만나면 패연(沛然)히 여유가 있었다”고 상찬(賞讚)한 바 있다.

수신제가(修身齊家)나 도덕 함양을 하향식으로 가르치고 배우던 시대의 품성과 자세를 요즘에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자신에게는 추상(秋霜)과 같고 남들에게는 춘풍처럼 부드러우라는 가르침에 공명(共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다만 그렇게까지 하지는 못하더라도 민주주의 교육을 받았다면 최소한 남을 배려하고 남과 내가 다른 점을 용납하거나 이해할 수는 있어야 한다.

하지만 차이를 인정하고 타인을 배려하기보다 편을 갈라 공격하고 비난하거나 상대편을 궤멸하려는 모습만 눈에 띌 뿐이다. 행동의 잣대도 완전히 편의적이고 자기 위주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국방부 정책실장이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나자 이를 결정한 판사를 적폐 판사라고 비난했다. 소속 의원은 물론 당 대표까지 나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거론했다. 전병헌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석방에 대한 반응과 정반대였다.

그들은 한명숙 전 총리가 석방됐을 때도 대법원까지 거친 그 재판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구속적부심의 취지와 3심 운영의 원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법조인 출신들이 더 그랬다.

최근 SNS 세상을 달구는 탤런트 유아인과 ‘페미니스트’ 한서희의 엉뚱한 ‘페미니즘 설전’은 무배려·불관용·상대방 죽이기가 얼마나 심한지 알게 해준다. 유아인이 냉장고의 애호박 문제로 한 누리꾼과 논란을 벌이는 와중에 연예인 연습생으로 알려진 한서희가 갑자기 유아인의 SNS 게시물을 캡처한 사진을 올리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그러자 유아인을 ‘한남’(여성을 비하하고 혐오하는 한국 남성)이라고 부르는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인권 대 남성 인권으로 싸움판을 만들어갔다. 이 와중에 유아인이 대구 사람이라며 ‘쌍도남(여성을 배려할 줄 모르는 경상도 남자)’이라고 몰아붙이거나 한서희가 대마초를 한 사실을 거론하는 글들이 마구 올라왔다. 처음에 애호박 이야기로 유아인에게 ‘시비’를 건 사람은 너무 많은 주목을 받자 괴롭고 힘들어 트위터 계정을 비공개로 바꾸고 팔로워 요청을 거부했다.

유아인은 수능시험을 ‘인간 등급 매기기 평가시험’이라고 말하거나 사고로 숨진 배우 김주혁을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애도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번 논란에 대해 그를 편들어 ‘아인대첩’이라고 부르는 남자들도 있던데, 경위야 어쨌든 그 역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키우는 데 일정한 책임이 있다.

어떤 사람이 쓴 글을 옮겨 문제점을 정리한다. ‘토론을 할 줄 모르고, 언어유희를 모르고 언어파괴만을 일삼으며, 논리적인 논지보다는 공감 불가한 비꼬기로 일관하고, 이성적 사색보다는 정서적 피해의식에 의존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 편들기만 하면서 스스로 공부하기보다 같은 성(性)의 글이라는 이유로 맹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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