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085원을 밑돌며 2년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밤사이 역외 환율이 상승했고 북한 리스크도 살짝 부각되면서 상승분위기를 탈 수 있었지만 수출업체들의 네고(달러매도) 물량이 집중됐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와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세를 보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심리적으로 원·달러가 상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하루였다고 평가했다.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다가온 가운데 만장일치 금리인상과 추가 인상에 대한 시그널이 매파적일 경우 107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금리인상이 선반영됐다는 점에서 1080원대 초반에서 1090원대 중반 사이를 오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외국인의 주식 매매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가운데 미국 차기 의장 청문회와 현직 의장 연설, 미국 국내총생산(GDP) 지표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1090.5원에 출발한 원·달러는 개장초 1090.9원까지 오르기도했다. 장중 저가는 1083.9원으로 장중 변동폭은 7.0원을 기록했다. 이는 16일 7.9원 움직임이후 가장 큰 폭이었다.
역외환율은 상승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091.3/1091.8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3.2원 올랐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6.38포인트(0.25%) 오른 2514.19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1439억9000만원어치를, 코스닥시장에서 1100만6800만원어치를 각각 매도했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1080원대 중반과 1090원대 초반에선 여지없이 수출업체 물량이 나왔다. 어제 코스피와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한데다 어젯밤 역외 NDF도 오르면서 원·달러가 상승할 수 있는 배경이 됐지만 역시 최근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를 보여준 하루였다”며 “대북 관련 이슈도 있었지만 반등이 제한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0일 한은 금통위가 있다. 만장일치 금리인상에 향후 인상에 대해 매파적으로 언급한다면 원·달러는 1070원대로 가는 게 기정사실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성우 NH선물 연구원은 “전일 달러가 반등했고 북한 리스크도 약간 남아있다는 우려로 원·달러가 상승 출발했다. 다만 오후들어서는 삼성전자와 증시가 반등했다. 외국인이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강도도 약화됐다”며 “수출업체가 원·달러 상승을 기회로 매물을 쏟아냈다. 금통위를 앞둔 정리성 매물도 있는 듯 싶다”고 전했다.
그는 또 “1080원대 초반에서 저점을 본 것 같다. 금통위 금리인상 가능성도 반영된 것 같아 1080원대 초반에서 1090원대 중반 정도의 박스권을 예상한다”며 “증시에서 외국인 동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고, 단기적으로는 미국 파월 차기 연준 의장의 청문회와 옐런 의장의 증언, 미국 GDP가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오후 4시 현재 달러·엔은 0.08엔(0.07%) 오른 111.19엔을, 유로·달러는 0.0032달러(0.27%) 떨어진 1.1907달러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