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칼럼] 정치인의 부패 비효율, 비난만 할 것인가?

입력 2017-11-2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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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치인은 각종 직업 중에서 가장 큰 불신의 대상이다. 뇌물수수 등으로 처벌받는 정치인을 흔하게 본다. 또한 입법 활동 면에서도 국가적 과제를 다루기보다는 자기 지역구나 일부 이익단체를 대변하고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달리 최근에는 국회 권한이 막강해졌다. 정부 정책이 국회에서 입법이 안 되어 추진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국회의원의 자질과 활동이 대폭 쇄신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비효율을 비난만 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국회의원은 왜 전체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하지 않고 자기 지역구나 특정집단의 이익 대변에 열중할까? 왜 소신껏 투표를 못하고 소속 정당의 거수기 노릇만 할까?

국회의원의 최대 목표는 재선(再選)이다. 무소속 당선이 어려운 현실에서 정당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정당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전에 작고한 강봉균 의원 같은 경우 지명도도 높고 존경받는 국회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소속 정당의 지시에 소극적이었다는 이유로 공천을 못 받았다.

이런 환경에서 소신 투표를 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또한 현재의 소선거구제에서 “당신은 우리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하였나?” 하는 유권자 요구에 지역구 사업을 챙기지 않을 수 없다.

반면 국가적으로 유익한 법령을 제안했을 경우 과연 얼마나 많은 유권자가 그 국회의원을 기억하는가? 필자가 과거 공직에 있을 때 중요한 법안 투표를 안 하고 지역구를 가는 의원에게 “무엇이 법안 투표보다 그렇게 중요합니까?” 하였더니 지역구 중요 이익단체의 행사에 축사하러 간다는 것이었다. 입법 활동은 선거에 큰 영향이 없지만 지역구 행사 참가는 영향이 크므로 소홀히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행태를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의정활동을 하면 선출되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권자의 의식 개선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유권자들이 공직자를 선출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해 도덕적이나 능력 면에서 훌륭한 사람을 구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풍토에서는 의정활동을 바르게 할 이유가 없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사람도 재선되는 상황에서 그 국회의원만 비난할 수 있는가? 한·미 FTA를 제2의 을사늑약이라고 반대하다가 이제 와서는 지켜야 한다는 무소신, 표리부동한 의원 등을 국민이 판단해야 한다.

제도적으로 유권자가 선출직 공직자의 인물 됨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투명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재산, 학력, 경력뿐만 아니라 의정활동 상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정리해 인터넷 등에 올릴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유권자와 언론인, 전문가 등이 분석하여 인사 검증이 활성화할 것이다. 현재는 정보가 산재되어 사람 중심으로 쉽게 알 수가 없다. 아울러 ‘김영란법’과 같이 주요 법안 제안자의 정책실명제 도입이 필요하다. 입법 활동이 후일 선거에 큰 영향을 주면 더 적극적으로 신중하게 입법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국회의원의 특권도 줄여야 한다. 특권이 많다 보니 공익을 위한 봉사보다 ‘갑(甲)질’에 관심이 많은 정치꾼이 몰려든다. 또한 국회의원이 지역 사업보다 국가적 정책 과제에 집중토록 하려면 중-대 선거구 도입이나 비례투표제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

끝으로 학교 교육을 통해 유권자의 책임 있는 투표가 중요함을 가르쳐야 한다. 유능한 사람이 공직에 나가는 것을 봉사로 인식하여 권장하는 풍토도 조성되어야 한다. 공익을 위한 선출직은 사익 추구를 위한 기업인보다 존경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훌륭한 사람은 정치를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정치인을 비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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