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246·끝. 장영희(張英姬)

입력 2017-11-3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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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이긴 희망의 에세이스트

장영희(張英姬·1952~2009)는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대중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간 수필가, 세 차례의 암 투병 기간에도 집필과 강의를 멈추지 않았던 영문학자이자 번역가로 알려져 있다. 1952년 9월 14일 서울에서 영문학자 장왕록(張旺祿)의 딸로 태어났다. 생후 1년 만에 소아마비를 앓아 두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되었으나 가족의 후원과 자신의 의지로 서울사대부고를 거쳐 서강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77년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1985년 뉴욕주립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85년부터 모교 서강대의 교수로 재직하며 번역가, 교과서 집필자, 수필가로 활동하였다.

1987년부터 코리아타임스에 격주로 ‘Crazy Quilt(조각이불)’라는 이름의 영어 칼럼을 2000년까지 13년 동안 장기 연재했다. 1999년 월간 ‘샘터’의 고정 필진으로 참여하였고, 연재했던 글을 모아 2000년에 첫 수필집 ‘내 생애 단 한 번’을 출간했는데,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졌다. 또 2001년 8월부터 2004년 9월까지 3년간 조선일보에 연재한 북 칼럼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를 엮어 ‘문학의 숲을 거닐다’(2005)를 출간했다.

문학작품의 의미와 주제를 일상사, 가족, 이웃, 대학에서 만난 제자들의 사연과 결부해 풀어내면서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두 번째 수필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2009)은 고난을 이겨내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는데, 이 중 어린 시절의 경험을 쓴 ‘괜찮아’는 다수의 국어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

번역서로 ‘종이시계’, ‘살아 있는 갈대’, ‘톰 소여의 모험’, ‘슬픈 카페의 노래’ 등 20여 편이 있고, 아버지와 함께 펄 벅의 ‘대지’ 3부작을 공동 번역했다. 1981년 김현승의 시를 번역하여 한국문학번역상을 수상했으며, 수필집 ‘내 생애 단 한 번’으로 2002년 올해의 문장상을 받았다.

2001년 안식년을 맞아 하버드대에 초빙교수로 갔다가 유방암 발병을 알게 되어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완치된 줄 알고 강의와 집필 활동을 계속했지만 2004년에 척추암, 2008년에 간암으로 전이되어 학교를 휴직하고 치료를 받다가 2009년 5월 9일 사망하였다.

작가의 삶은 한국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이를 바꾸려는 작은 실천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에세이 곳곳에서 장애인에게 불편한 시설·제도, 신체장애를 ‘악이나 공포’로 보는 편견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작가는 ‘장애인 장영희’로 규정지어 지는 것을 거부하고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형태의 삶의 장애를 갖고 있는 ‘인간 장영희’에 대해” 글을 쓴다고 말한 바 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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