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분기 주요 상장사의 실적 전망치가 줄줄이 하향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코스피가 자칫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할까 우려된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221곳의 4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증권사들의 추정치(컨센서스)는 총 47조922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개월 전(48억3328억 원) 대비 0.85%(4106억 원) 감소한 규모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위권 내에서는 절반이 넘는 11곳의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하락하거나 정체했다. 특히 ‘대장주’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치가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 한 달 전 16조 원대 영업이익을 기대하던 증권사들은 눈높이를 15조7704억 원으로 낮춰 잡았다. 여전히 지난해 4분기 대비 좋은 실적이지만, 그간 꾸준히 상향 조정되던 삼성전자의 컨센서스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2일 287만6000원을 찍은 후 꾸준히 하락, 263만 원까지 떨어졌다.
시총 상위 20위권 상장사 중 컨센서스가 가장 많이 하향 조정된 상장사는 한국전력(-27.8%)이다. 4분기 영업이익은 1조1476억 원으로 전망되지만, 다수 증권사는 1조 원도 넘기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신민석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규제 리스크가 강화하면서 이익이 감소하고 있다”라며 “원전충당금과 기타 비용을 고려하면 영업이익 추가 하락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컨센서스가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2.5%)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7% 감소한 851억 원에 그칠 전망이다. 현대차(-0.2%)와 현대모비스(-0.7%)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나란히 하향 조정됐다. 이밖에 LG화학, 네이버, SK, SK텔레콤, KT&G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감소했다.
올해 코스피 상승 랠리를 이끈 키워드는 실적이었다. 상장사 실적이 사상 최대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지수도 힘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코스피는 추가 상승 대신 2500선에서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대북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4분기 실적 눈높이마저 낮아지면서 상승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냔 관측이 제기된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도주의 휴식 구간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데다가, 주력 산업인 IT의 모멘텀 둔화 전망까지 나오면서 시장의 방향성이 혼탁해졌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