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은화ㆍ다윤 양 부모, “유골은폐, 적폐 아니다” 선처 호소

입력 2017-12-0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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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허다윤 양의 어머니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편지(사진제공=청와대)
▲은화, 허다윤 양의 어머니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편지(사진제공=청와대)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조은화 양과 허다윤 양의 부모가 유골은폐 논란에 휩싸인 김현태 세월호 현장수습 부본부장 등에 대한 선처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청와대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달 30일 청와대에 은화양과 다윤양 어머니가 찾아와 직접 쓴 편지를 문재인 대통령께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 편지에서 세월호 선체에서 뒤늦게 발견된 유골의 보고 누락 문제에 대해 두 사람은 “현장에서 직접 겪고 함께 생활을 한 현장 책임자가 법과 규제만 이야기했다면 가족들은 더 힘들었다”며 “아직 못 찾은 가족을 배려하는 마음, 찾은 가족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 유골은폐, 적폐로 낙인 찍힌다면 평생 현장 책임자 가족에게 마음의 짐을 지고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두 사람은 문 대통령에게 “사랑하는 가족을 찾아준 고마운 분이 유골은폐, 적폐는 절대 아니다”며 “현장 책임자인 이철조 단장님, 김현태 부단장님이 잘 마무리 되어서 지금 자리에서 열심히 세월호 가족을 위해서 일할 기회를 주시길 머리 숙여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두 어머니의 편지를 읽은 후 답신을 작성했고 오늘 오후에 시민사회비서관실을 통해 전달해 드릴 예정이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은화, 허다윤 두 학생의 부모께서 공개에 동의한 문 대통령께 직접 쓰신 석 장의 편지 내용 전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님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하는 게 죄송한 생각이 듭니다.

포항 지진에 수능연기 결정,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여러 가지 국정을 돌보시느라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라 생각됩니다. 그런 와중에도 세월호를 생각하시는 대통령님의 관심과 배려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는 은화, 다윤 엄마입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딸을 잃고 나서야 하루하루 일상적인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대통령님, 세월호 참사에는 생존자, 유가족, 미수습자로 나누어집니다.

생존자는 트라우마, 유가족은 진실규명, 미수습자는 가족을 찾는 것…2014년에 머물러서 은화, 다윤, 현철, 영인, 양승진, 고창석 선생님, 권재근, 혁규 부자, 이영숙님을 찾아달라고 3년 넘게 외치고 못 찾을까 봐 두려움에 떨었던 엄마입니다. 각자 입장과 처지가 다르고 누가 더 아프고 덜 아프다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내 아픔이 제일 아프고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느낀 것은, 당사자가 아니고는 알 수 없다는 겁니다.

대통령님, 저는 묻고 싶습니다.

이별식으로 은화, 다윤이를 보낸 엄마들이 이별식 후에 (유골이) 나오면 언론에 내보내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래서 10월에 나온 (유골이) 은화, 다윤이로 밝혀진 것도 언론에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찾은 가족에게는 다행이지만 아직 못 찾은 가족에겐 고통과 찾은 게 부러움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이 상황을 직접 겪고 함께 생활을 한 현장 책임자가 법과 규제만 이야기했다면 가족들은 더 힘들었겠죠. 아직 못 찾은 가족을 배려하는 마음, 찾은 가족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 유골은폐, 적폐로 낙인 찍힌다면…은화, 다윤이 엄마는 평생 현장 책임자 가족에게 마음의 짐을 지고 살 것 같습니다.

과연 이철조 단장님과 김현태 부단장님이 이 사실을 숨기고자 했으면 장례를 치르고 장관님, 가족들과 선체조사 위원장님께 알리지 않았으리라 생각되고 과연 이 두 분이 얻을 게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아픔 속에 장례를 치르는 가족, 찾았지만 다 못 찾고 찾은 것이 있다 해도 못 찾은 가족을 생각해서 내려가지도 못하는 가족을 배려한 것밖에 없습니다.

세월호 가족들을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가족들입니다. 내 가족이 소중하면 다른 가족들도 소중함을 알고 함께 하는 것이 생명의 소중함, 세월호가 주는 교훈이라 생각됩니다.

대통령님, 오늘 해수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은화, 다윤이 이별식 후에 나온 뼈 한 점을 자개함에 넣어서 납골당에 따로 보관하다가 작업이 종료될 때 확인 후 합해주는 것이 어떠냐고. 찾았지만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영숙님으로 밝혀지기 전에(이번에 발견된) ‘아직 못 찾은 가족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장 책임자로서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사람을 중요시 여기시는 대통령님의 배려로 현장에서 수고한 부분이 반영되길 바랍니다. 은화, 다윤 가족들은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또 다른 가족이라 생각되거든요. 사랑하는 가족을 찾아준 고마운 분이 유골은폐, 적폐는 절대 아닙니다.

대통령님, 은화, 다윤 엄마는 목포 신항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마음에 짐 없이 데려오고 싶습니다. 이영숙님 아들 경태 삼촌도 이렇게 언론에 나온 것이 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못 찾은 가족들도 고의적이지 않고 악의가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현장에서는 나온 분들 중에 한 분으로 생각하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팽목에 오셔서 ‘미수습자 수습이 무엇보다 최우선이다’(2017.3.10) 써 주신 글귀를 지금도 가지고 다닙니다. 대통령님이 취임 후 광주에서 안아주신 딸, 포항에서 수능 후 학생들과 함께하시는 모습 등등……, 모두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지요.

대통령님, 현장 책임자인 이철조 단장님, 김현태 부단장님이 잘 마무리 되어서 지금 자리에서 열심히 세월호 가족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머리 숙여 부탁드립니다.

2017년 11월 30일 은화, 다윤 엄마

P.S: 세월호 가족들과 세월호를 아파했던 국민 여러분께, 장관님, 대통령님께 너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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