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이 4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1단계 타결에서 실패했다. 아일랜드 국경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브렉시트 1단계 협상의 주요 쟁점을 논의했다. 영국의 EU 탈퇴 조건으로 재정기여금, 이혼합의금,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국경 문제 등을 이야기했으나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융커 위원장은 회동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최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늘 메이 총리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그러나 이것은 실패가 아닌 마지막 협상의 시작이다”라고 밝혔다.
EU와 영국 당국자들은 오는 14~15일 열리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EU 시민권과 아일랜드 국경 문제, 즉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 중 특히 아일랜드 국경 문제가 심각한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메이 정부가 북아일랜드에 한해 사실상 EU 단일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관세동맹 잔류를 약속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즉 메이 총리가 아일랜드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메이 총리와 융커 위원장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수반인 민주연합당(DUP)의 알린 포스터 대표는 “북아일랜드는 영국의 다른 지역과 분리하는 ‘규제 차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북아일랜드를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영국 다른 지역과 분리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기자회견 이후 라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영국 정부에 놀랐고 실망했다”며 “메이 총리는 협상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것은 실속 없는 선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도널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협상은 계속 진행될 것이지만 상황은 매우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이날 영국 파운드화는 공동 기자회견 발표 전 협상 타결을 둘러싼 기대감에 달러당 1.3538달러까지 올랐다가 기자회견 이후 1.3459달러까지 떨어졌다. 오후 5시 25분 기준 파운드·달러 환율은 1.3477달러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