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쓰레기를 쓸어모았던 중국이 올들어 갑자기 쓰레기 수입 단속에 나서면서 외국 업체들이 비상에 걸렸다.
중국의 수입 단속 결정으로 미국 텍사스 주의 대형 재활용업체에서 홍콩의 폐지와 플라스틱을 수집하는 이른바 ‘골판지 할아버지(Cardboard Grannies)’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글로벌 쓰레기 공급망에 파문이 일고 있다고 최근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다.
폐기물 딜러들은 아시아 다른 곳에서 구매자를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국시장이 너무 커서 이를 대체할만한 나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휴스턴 소재 재활용업체 웨이스트매니지먼트의 짐 피시 사장은 “중국이 하루아침에 수도꼭지를 잠근 것과 마찬가지”라고 성토했다.
홍콩의 한 폐지 수집가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수입 제한으로 이곳의 폐지 값이 지난여름에 이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일을 더 많이 하기 위해 아예 저녁을 굶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국은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 폐지와 폐 플라스틱, 고철 등을 적극적으로 수입했다. 쓰레기를 재가공해 수출 주도형 제조업에 필요한 자재나 연료를 얻으려는 시도에서였다.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고체 폐기물은 금액상으로 180억 달러(약 19조6020억 원)에 달했다. 그 중 폐 플라스틱만 해도 730만 t으로, 전 세계 수입량의 약 56%를 차지했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여름 건강과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전격적으로 쓰레기 수입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7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올해 말까지 종이와 플라스틱 등 24종의 쓰레기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선언하면서 단속도 강화했다. 지난 수년간 제조업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면서 폐기물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더는 토양과 수질을 악화시키는 낮은 수준의 폐기물 재활용 산업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현지에서 환경오염에 대한 공포는 올해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를 통해 더욱 증폭됐다. 이 영화는 중국 산둥성 동부의 쓰레기로 뒤덮인 한 마을에서 폐 플라스틱을 수집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삶을 다뤘으며 지난 1월 본토 인터넷에서 사라지기 전에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시장이 사라지면서 세계 각국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쓰레기 수출물량의 78%를 중국이 차지했던 미국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미국 재활용산업협회(ISRI)는 “일부 재활용업체에는 중국의 수입 제한이 희소식일 수 있다”며 “그러나 이는 더 많은 쓰레기가 미국에 쌓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재활용 전문가이자 ‘정크야드 플래닛’의 저자인 애덤 민터는 “중국이 없다면 그만큼 미국은 재활용이 덜 이뤄지고 비용도 더 많이 들게 될 것”이라며 “재활용 업체들이 쓰레기 처리 설비를 업그레이드 해야 해 미국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도 그만큼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 폐기물 처리업체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으로의 판로가 막히면서 쓰레기가 쌓이고 있는 것이다. 한 폐품 처리업체 관리자는 “현지 고철 수집가들이 예년보다 더 많은 플라스틱을 내놓고 있다”며 “우리가 더는 매입할 수 없을 정도로 쓰레기가 많아졌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