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예체능을 전공하는 많은 대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직장을 구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력서를 여러 군데 넣어 보고, 또 구직 사이트에서도 일자리를 찾아보았지만 순수미술 전공자를 찾는 회사는 거의 없고 전공과 무관한 일자리는 영업직 정도였다.
사실 전공을 살려 조각가로 살아가고도 싶었지만, 직업 조각가로 살기엔 쉽지 않은 현실이었다. 그렇게 나는 조각가의 길을 뒤로하고 주변의 권유로 건축 공부를 하게 됐고, 건축자격증을 취득해 지금은 건축업을 한 지 4년이 돼 간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경험을 했고 또 너무 낯설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자 스스로에게 다른 시선이 생기게 됐다. 조각을 전공한 내가 바라보는 건축, 그리고 디자인이 그렇다. 그렇게 조금씩 나의 안목과 능력을 인정받게 됐고 지금은 조각을 전공하면서 배운 것들을 건축에 접목해 제법 일을 잘해 나가고 있다.
물론 배고픈 조각가가 되지 않고 처음의 꿈을 뒤로한 채 세상과 타협해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분명 그 속에서 본인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또 스스로 하고 싶었던 일과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분명히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취업이 어려운 시기인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예체능 계열은 더욱 어렵다는 것도 직접 느꼈다. 하지만 나처럼 하고 싶었던 일은 아니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시작하게 된다면 곧 새로운 능력을 찾아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