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는 지금]‘핑크 비아그라’ 국내 상륙 눈앞…여성이 행복한 ‘女幸’시대 만들까

입력 2017-12-0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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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근당·광동제약, 여성 성욕장애 치료제 독점 라이선스…철저한 심사·사회적 논의 필요

세계 최초의 여성용 비아그라 ‘애디’는 1998년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남성용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개발한 지 17년 만인 2015년 세상에 나왔다. 비아그라 발매 이후 많은 제약사들이 여성용 비아그라 승인 허가를 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남성과 여성이 성적 만족을 느끼는 방식이 다른 만큼 여성 성기능 장애 치료제는 남성용 발기부전 치료제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규명이 쉽지 않은 메커니즘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었다.

업계 전문가는 “여성의 성욕은 심인성에서 기인할 뿐만 아니라 복잡한 메커니즘을 거치는 만큼 임상 단계에 있는 ‘핑크 비아그라’ 후보 물질들은 즉각적인 개선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힘들고, 효과가 있다고 해도 여성 환자 개인별로 차이가 크다”며 “숱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시장화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라고 밝혔다.

애디가 발매됐지만 여전히 핑크 비아그라 시장은 비아그라만큼이나 무궁무진한 수요에 비해 미개척지다. 미국에서는 실험 주체에 따라 다르지만 약 200만 명에서 1300만 명의 여성을 잠재 수요자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세 이상 59세 미만 성인 여성 93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한 결과 성기능 장애를 가진 여성이 46.1%에 이른다는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종근당과 광동제약이 핑크 비아그라 시장의 선점을 노리는 국내 선두주자다. 종근당은 2019년, 광동제약은 2021년 각각 국내 발매를 목표로 준비에 들어갔다. 종근당은 2015년 12월 미국 제약사 에스원바이오파마와 함께 여성 저성욕증 치료제의 국내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 2상이 진행 중으로, 경구용 제품으로 기획됐지만 임상 결과에 따라 용법과 제형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광동제약은 지난달 미국 팰러틴 테크놀로지스사가 개발한 여성 성욕장애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브레멜라노타이드의 국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종근당의 경쟁사로 떠올랐다. 브레멜라노타이드은 현재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로 내년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 승인이 신청될 예정이며, 저활동성 성욕장애를 겪고 있는 여성에게 피하주사하는 오토 인젝터(auto-injector) 타입 치료제로 개발된다.

광동제약과 종근당이 도입할 신약 물질은 스프라우트가 발매한 애디와 구체적인 작용 기전에서 차이가 있다. 플리반세린을 주성분으로 하는 애디는 뇌신경 전달물질 중 성욕에 관여하는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분비를 조절함으로써 작용한다. 성욕을 일으키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를 촉진시켜주고, 성욕을 감퇴시키는 세로토닌의 분비를 줄여 성 충동을 높여주는 원리다.

종근당이 도입할 신약 물질은 주로 항우울증 치료에 쓰이는 부프로피온과 트라조돈의 복합제로 뇌의 신경전달 물질을 조절하는 원리를 통해 작용한다. 광동제약의 브레멜라노타이드는 멜라노코르틴-4 수용체에 작용해 성적 반응 및 욕구와 관련된 내생 경로를 활성화시켜 성욕장애를 개선한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임상 3상 결과 대부분의 이상반응은 경증(mild) 또는 중등도(moderate) 수준으로 나타나 안정성이 입증됐다”며 “여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성기능 장애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애디는 2010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친 FDA 신약 승인 신청에서 효과는 적고 부작용은 많다는 이유로 연달아 고배를 마신 후 세 번째 도전 끝에 어렵게 발매됐지만, 정작 시장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애디를 이을 새로운 핑크 비아그라 신약 물질의 성패 여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설사 미국 발매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국내 도입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걸림돌이 많다. 제약 자체의 효능 여부도 중요하지만 제약이 적용될 사회적 맥락과 예상 여파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도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애디 역시 미국 발매 당시 뜨거운 찬반 논쟁이 지속됐다. 찬성 측은 애디를 통해 억눌린 여성의 성욕이 해방되고 양성 평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 측은 왜곡된 성의식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핑크 비아그라가 도입되면 다양한 범죄 목적으로 오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삶의 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성욕 개선제를 비롯해 다양한 ‘해피드러그’ 시장은 점점 넓어지는 추세”라며 “국내에서도 핑크 비아그라 발매가 머지않아 기대되는 만큼 철저한 심사와 사회적 논의를 통해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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