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혜존(惠存)과 지정(指正) ②

입력 2017-12-0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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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쓰는 논문은 그 어떤 저술보다도 값지다. 대개의 학위 취득자들은 애써 연구한 결과를 알리기도 하고 학위를 취득한 기쁜 마음을 전하기 위해 그동안 수강을 했던 스승님과 대학에서 관련 분야를 연구하시는 교수님들, 학계의 선배들께 학위 논문을 드린다.

이때 책의 안표지에 어떤 말을 써서 드리는 게 좋을까? 물론, 한글로 “그동안 보살펴주신 은혜에 감사드리며 저의 학위 논문을 드립니다. 많은 지도를 부탁드립니다”라고 쓰면 알아보기도 쉽고 정감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 한자어를 쓰면 또 한자어대로 깊은 맛이 있다. 그런데 이왕에 한자어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보다 더 상황에 잘 부합하는 용어와 격식을 찾아 쓸 필요가 있다.

어제 살펴본 ‘혜존’이라는 말을 써도 틀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스승이나 학계의 원로 선배님께 자신의 학위 논문을 드리면서 ‘혜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다지 합당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은혜로 보존해 주세요”라는 의미의 혜존(惠存)이라는 말에는 이미 자신의 저서가 ‘보존가치’가 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지정(指正)’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가리킬 지’, ‘바로잡을 정’이라고 훈독하는 指正은 ‘지적하여 바로잡아 주십시오’라는 뜻이다. 惠存보다 훨씬 겸손한 말이다.

지정이라는 말 외에 ‘사정(賜正)’ ‘부정(斧正)’이라는 말도 사용한다. ‘賜’는 ‘줄 사’라고 훈독하며,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뭔가를 줄 때 주로 사용한다. 따라서 ‘賜正’은 ‘바른 가르침을 내려주십시오’라는 뜻이다. 斧는 ‘도끼 부’라고 훈독하는데 ‘부정’은 ‘도끼로 장작을 쪼개듯이 명쾌하고 단호하게 바로잡아 주십시오’라는 뜻이다.

쉽고 정겨운 우리말로 쓸 수 있지만 이왕에 한자로 쓰고자 한다면 보다 더 합당하게 쓰자는 뜻에서 살펴본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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