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최고세율 25%를 매기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인세율 인상에 반대 입장을 천명해온 자유한국당의 본회의 불참으로 가까스로 통과됨에 따라, 증세를 추진한 정부여당보다 한국당이 과세 대상 기업들로부터 원망의 화살을 받게 될 형국이다.
국회는 5일 밤 10시께 본회의를 열어 최고세율 신설 내용을 담은 법인세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당초 정부는 과표 200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겠단 방침이었지만, 한국당 등 반대 의견에 부딪히면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국민의당 김동철 원대대표 등 두 당 소속 의원 30명이 ‘3000억 초과’로 수정안을 만들어 올린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에 관해선 반대 의견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국민의당 복지 및 조세재정개혁TF 위원장인 김성식 의원은 반대토론에 나서 “이 법안은 법인세를 제대로 걷기 어렵게 만들고,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 너무 큰 걸림돌이 된다”며 “현재 최고세율 구간인 200억 원 초과 3000억 원 이하 구간을 증세 사각지대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가 허구였듯, 문재인정부의 핀셋증세로는 지속가능한 복지라는 말이 허구”라면서 “복지국가로 가는 세제 개편이 되기엔 너무 턱없이 부족한 생색내기용으로, 표 계산을 앞세운 잘못된 계산”이라고 단정지었다. 그러면서 “세입기반을 이토록 허물어뜨린 문재인정부에 대단히 유감이다. 복지나 안보에 앞으로 돈이 더 들 텐데 그때마다 세율을 올릴 텐가”라면서 과표 200억 원 초과 구간 적용 세율을 22%에서 24%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기획재정위 민주당 간사인 박광온 의원은 “김 의원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면서도 “내년에 구성될 조세재정개혁특위에서 김 의원의 제안을 포함해 충분히 검토가 가능하다”고 수정안 찬성을 촉구했다.
반대 의견 표명이 있었지만, 민주당과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전날 법인세 인상안에 합의한 만큼 법안은 무난한 통과가 전망됐다. 그러나 표결 결과는 재석 의원 177명에 찬성 133명, 반대 33명, 기권 11명이었다. 한국당 의원 116명이 참여해 당론과 같이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면 재석 의원 293명에 찬성 133명, 반대 149명, 기권 11명으로 부결됐을 상황이었다.
같은 시각 한국당이 본회의 참석 대신 마라톤 의원총회을 이어가며 예산안 합의안을 놓고 내부다툼을 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당으로선 어이없는 패착을 둔 셈이 됐다.
한편 역시 한국당이 표결 불참한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법안은 안정적인 득표로 통과됐다. 과표 3~5억 원 구간, 5억 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각각 38%에서 40%로, 40%에서 42%로 올리는 소득세법 개정안은 재석 의원 168명 중 찬성 161명, 반대 4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