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십 년간 이어졌던 국제사회의 관례와 미국 정책을 깨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하면서 중동 화약고에 기름을 부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고 밝히면서 국무부에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는 “이번 결정은 옳은 일을 한 것이며 미국의 국익에도 최선”이라며 “이런 변화는 중동 평화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다른 나라들처럼 자국의 수도를 결정할 권리가 있는 주권국가”라며 “이를 사실로 인정하는 것은 평화 달성에 필요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은 2국가 해법도 지지한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평화협정 촉진을 미국이 계속 도울 것이라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2국가 해법은 팔레스타인을 독립적인 국가로 공식 인정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목표로 하는 방안이다.
트럼프는 아랍 국가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이번 발표에 대해 반대 의견도 물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런 의견 차이를 극복하고 한 단계 높은 이해와 협력 강화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가 매우 민감한 이슈인 예루살렘 수도 지정 문제에서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의 편을 들면서 중동 지역 긴장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 겸 평화협상 대표는 “트럼프 발표는 2국가 해법의 모든 가능성을 파괴한 것”이라며 “향후 평화협상 재개와 관련한 미국의 신뢰성도 해쳤다. 협상의 문을 닫아버린 성급한 결정이었다”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트럼프가 지옥의 문을 열었다”며 “트럼프의 결정은 예루살렘이 아랍 무슬림의 땅이라는 사실을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격렬하게 반응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당시 요르단이 관리하고 있던 동예루살렘을 점령했다. 이후 이 지역에 정착촌을 짓고 유대인들을 이주시키는 등 예루살렘 전체에 대한 주권을 주장했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이런 이스라엘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은 장차 건국될 자신들의 국가 수도로 동예루살렘을 생각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