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은퇴를 미룰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이거 CEO는 디즈니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21세기폭스 자산 인수에 성공하면 CEO 임기를 다시 연장할 수 있다고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디즈니는 현재 21세기폭스의 영화 제작과 TV 콘텐츠 사업 등을 약 400억 달러(약 44조 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 주 후반 디즈니의 21세기폭스 자산 인수가 공식적으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사정에 밝은 소식통들에 따르면 21세기폭스 경영진들과 회장인 루퍼트 머독은 아이거가 오는 2019년 7월로 예정된 은퇴 시기를 넘겨 계속 디즈니 CEO로 남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양사의 주요 사업이 합쳐지면서 통합과 전략적 리포지셔닝 작업에 오랜 시간이 걸릴텐데 여기에 아이거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내년 말이 돼야 인수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디즈니는 2019년의 대부분을 양사 자산 통합에 쏟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블TV 네트워크와 해외 TV 방송국에서 영화와 TV 스튜디오에 이르기까지 디즈니가 사들이려는 폭스 자산은 방대하다.
디즈니는 이번 인수로 콘텐츠 사업 역량을 더욱 강화해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넷플릭스와의 경쟁을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다. 그리고 현재 이런 전략을 주도하는 것이 바로 아이거 CEO다. 아이거는 12년 동안 디즈니 CEO로 있으면서 2015년과 2016년 2018년, 2019년 등 무려 네 차례나 은퇴 시기를 조정했다. 지난 3월 디즈니가 1년 더 CEO 계약을 연장하기로 결정하고나서 아이거는 2019년 은퇴 계획에 대해 이번에는 매우 진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디즈니 이사회는 아이거의 잠재적 후계자 후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는 등 침묵을 지키고 있다.
디즈니와 폭스의 딜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이거가 예정대로 은퇴할 수 있다. 컴캐스트도 폭스 자산 인수를 노리고 있다.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민주당 지지자인 아이거가 디즈니 CEO에서 물러나고 나서 정치로 진로를 틀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이거는 최근 기후변화와 이민 등 정치 이슈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