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 비싼 막걸리도 있어야 한다

입력 2017-12-0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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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막걸리는 “이제 막 걸렀다” 또는 “마구 섞어 걸렀다”에서 나온 말이라 한다. 막걸리의 주세법상 명칭은 탁주이다. 탁주는 맑은 술인 청주에 대응하는 말로 흐린 술이란 말이다. 막걸리건 탁주이건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말은 아니다.

막걸리 값은 아주 싸다. 마트에서 병당 천원 조금 넘고 식당에서 3천~4천 원 받는다. 조금 더 비싼 것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몇 천 원 차이다. 이러다 보니 맛을 떠나 포장 용기도 저렴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누군가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에게 화장실 세제 병과 많이 팔리는 막걸리 병을 보여주고, 어느 것이 술병 같고 어느 것이 세제 병 같냐고 물었더니, 세제 병이 술병 같다고 답했다 한다. 꾸며낸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씁쓸하다.

막걸리가 싼 것은 주세가 다른 술에 비해 낮은 5%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가 더 많다. 거의 대부분의 막걸리는 원료로 수입 쌀이나 밀가루, 오래 묵은 쌀과 같이 가능한 싼 것을 사용한다. 또한 양조 방식은 알코올 수율이 높은 일본식 입국 방식을 쓰고, 술에 물을 많이 탄다. 술맛은 아스파탐과 같은 인공 감미료 등을 넣어 일정하게 맞추고 있다.

막걸리 가격이 싸면 적은 돈으로 부담 없이 마시고 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싼 술값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술값 부담이 적어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건강이 나빠지기 쉽다. 과음 때문에 나타는 주폭이나 음주운전 같은 사회 문제도 더 많아질 수 있다. 식당 등에서 술을 다 마시지 않고 남겨버리는 술도 많아져 수질오염 문제도 생긴다. 술값이 싸면 격식 있는 자리에서는 대접하기 어렵다. 중요한 손님이 있는 행사에서는 막걸리나 소주 대신 외국 술이 많이 쓰인다.

비싼 막걸리가 생겨나 막걸리 값이 다양해져야 한다. 서양의 와인은 한 병에 수백만 원, 수천만 원에 이르는 비싼 것에서부터 페트통이나 종이팩에 넣어 우리 막걸리 값 정도인 와인까지 값이 아주 다양하다. 막걸리 값이 한 병에 수백만 원까지는 안 되겠지만, 한 병에 몇 만 원 정도하는 품격 있는 막걸리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막걸리가 요즘 아주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막걸리를 입국 방식이 아니고, 수율이 낮고 번잡해도 맛이 깊고 풍부한 전통 누룩으로 빚는다. 누룩도 밀 이외에 녹두나 쌀 등 다양한 원료를 사용하는 예전 궁중 제조법 등으로 직접 만든다. 쌀도 유기농 최고급 쌀을 사용하고 용기도 더 고급스러운 것을 사용한다. 막걸리도 손으로 정성과 자부심을 넣어 빚는다. 이런 막걸리 가격은 출고가격이 1만~2만 원, 식당에선 3만~4만 원 정도 받게 된다.

이런 막걸리가 좀 더 많아지지 못하는 것은 술맛이나 술의 품질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막걸리는 싸다는 인식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잘 빚은 전통 막걸리를 처음 맛본 사람들이 맛이 와인이나 사케 못지않고, 숙취도 거의 없다는 평가를 한다. 그러나 가격이 3만 원이라 하면 대부분 거부감을 표한다. 한국의 식당에서 3만 원하는 와인이나 사케는 유럽이나 일본에서 아주 싸구려이다. 많은 사람이 이러한 외국의 싸구려 술은 비싸도 거부감 없이 마시면서, 정성이 담긴 막걸리는 싸구려 취급을 한다. 우리 막걸리도 좋고 비싼 술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아져야 우리 술 산업이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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