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글리아티린 대조약 논란’ 종결?..영업현장은 더 뜨겁다

입력 2017-12-0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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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근당글리아티린'ㆍ'글리아타민', 가파른 상승세로 '글리아티린' 처방 쟁탈전, 집계 자료마다 엎치락뒤치락..식약처, 1년6개월만에 종근당글리아티린 대조약 지정 마무리, 법정 공방은 진행형

대웅제약의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의 판권 이전으로 촉발된 대조약 지위 논란이 영업현장에서도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리아티린의 구원투수 격으로 투입된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티민’과 종근당의 ‘종근당글리아티린’이 혈전을 펼치며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 중이다. 최근 보건당국이 종근당글리아티린을 대조약으로 재공고하면서 2년여간의 대조약 논란도 종식되는 분위기지만 아직 법적 다툼은 끝나지 않았다.

◇종근당글리아티린ㆍ글리아타민, 글리아티린 처방 쟁탈전 과열

7일 의약품 조사업체 IMS헬스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뇌기능개선제 중 종근당의 종근당글리아티린이 가장 많은 12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을 처음으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다만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글리아타민이 341억원으로 종근당글리아티린(317억원)보다 14억원 앞섰다. IMS자료는 도매상 판매 매출을 기준으로 집계한다.

▲분기별 '종근당글리아티린'·'글리아타민' 매출 추이(단위: 백만원, 자료: IMS헬스)
▲분기별 '종근당글리아티린'·'글리아타민' 매출 추이(단위: 백만원, 자료: IMS헬스)

종근당글리아티린과 글리아타민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시장 쟁탈전을 시작했다.

종근당은 당초 ‘알포코’라는 제네릭 제품을 판매하다 지난해부터 글리아티린의 원 개발사 이탈파마코로부터 원료의약품과 상표 권한을 확보하고 ‘종근당글리아티린’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종근당글리아티린은 원 개발사의 원료의약품을 사용했다는 '오리지널리티'가 부각되며 매출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1분기 매출 40억원에서 1년 6개월만에 매출을 3배 가량 끌어올렸다.

대웅바이오가 글리아티린의 구원투수로 내놓은 글리아타민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대웅제약은 글리아티린의 원료의약품과 상표권을 종근당에 넘겨준 이후 글리아티린을 지난해 3월 허가 취하했다. 이후 관계사인 대웅바이오가 동일 성분의 글리아타민의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며 글리아티린 공백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글리아타민의 매출은 지난해 269억원, 올해 3분기 누계 341억원까지 상승했다.

또 다른 의약품 조사 기관 유비스트의 원외처방 자료를 보면 종근당글리아티린과 글리아타민 모두 무서운 상승세로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IMS자료와는 달리 글리아타민이 종근당글리아티린보다 근소한 차이로 우세를 보이고 있다.

▲월별 '종근당글리아티린'·'글리아타민' 원외 처방실적(단위: 백만원, 자료: 유비스트)
▲월별 '종근당글리아티린'·'글리아타민' 원외 처방실적(단위: 백만원, 자료: 유비스트)

올해 9월 누계 원외 처방실적을 보면 글리아타민이 462억원으로 종근당글리아티린(371억원)보다

91억원 앞섰다. 두 제품간의 월별 원외 처방실적은 지난 3월 16억원에서 6개월만에 7억원대로 줄어들었지만 아직까지 종근당글리아티린은 글리아타민을 한번도 제치지 못한 상태다.

유비스트는 약국에서 처방된 자료를 토대로 처방실적을 산정한다. 원내 처방자료는 제외된다. IMS와 유비스트 모두 100% 정확한 수치가 아닐뿐더러 집계방식에 차이가 있어 수치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 종근당글리아티린과 글리아타민이 영업현장에서 유례없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대웅바이오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어 “글리아타민의 마켓 리더이기 때문에 대조약으로 지정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동일 성분 제품 중 매출이 가장 많아야만 대조약으로 지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웅바이오는 대조약 지정을 위해서라도 매출 1위 수성이 절박하다는 속내를 노출한 셈이 됐다.

종근당글리아티린과 글리아타민 모두 허가가 사라진 글리아티린의 처방을 이어받기 위한 전략을 구사 중이다. 글리아티린은 허가가 취하되기 직전인 2015년 IMS헬스 기준 매출은 480억원, 유비스트의 원외 처방실적은 676억원을 기록했다. 글리아티린은 허가 취하 이후에도 기존에 생산한 제품은 판매가 가능했지만 이마저도 최근 유효기간이 만료돼 더 이상 유통될 수 없다. 기존에 글리아티린이 구축했던 처방실적을 종근당과 대웅바이오가 가져가기 위한 영업전쟁을 펼치는 셈이다.

식약처, 1년6개월만에 종근당글리아티린 대조약 지정 마무리..법정 공방은 진행형

이미 대웅제약 주도로 영업현장이 아닌 장외에서 혈전을 펼치고 있다. 대웅제약은 식약처의 대조약 관련 행정마다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5월 글리아티린을 대조약 목록에서 삭제하고, 종근당글리아티린을 새롭게 대조약으로 지정한 내용을 담은 ‘의약품동등성시험 대조약 선정 공고’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종근당의 '종근당글리아티린'
▲종근당의 '종근당글리아티린'
대웅제약은 식약처의 대조약 변경이 타당하지 않다고 식약처를 대상으로 중앙행정심판위에 ‘의약품 동등성시험 대조약 변경공고 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이에 중앙행심위는 대조약 지정 절차상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대웅제약의 손을 들어줬다.

중앙행심위의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식약처는 지난 2월 의약품 동등성시험 대조약 선정 공고를 통해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 중 대웅제약의 글리아티린을 대조약으로 다시 지정했다. 기존에 대조약으로 지정됐던 종근당의 '종근당글리아티린'은 대조약 지위를 상실했다.

이후 식약처는 행정심판에서 지적된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 규정 개정 작업을 진행했다.

식약처는 지난 4월 의약품동등성시험기준 개정을 통해 의약품 대조약 선정기준 중 원개발사의 품목을 명확하게 정하고 품목 취소(취하)된 품목을 대조약에서 삭제하는 내용 등을 반영했다.

식약처는 개정 고시된 의약품동등성시험기준을 근거로 지난 5월 글리아티린을 포함한 허가 취하 의약품을 대조약 목록에서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대조약 공고 삭제 품목 의견조회'를 진행했다. 중앙행심위가 대웅제약이 주장한 대조약 지정 절차가 문제 있다고 지적하자 사전 의견조회 절차를 거쳐 글리아티린을 다시 대조약에서 제외하겠다는 의도였다.

이 과정에서 종근당은 서울행정법원에 중앙행심위의 재결처분을 취소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정부 기관은 행정심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식약처와 같은 입장을 가진 종근당이 식약처를 위해 행정소송을 통해 행정심판의 부당성을 따졌다.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
서울행정법원은 대조약이 구체적인 법률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종근당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은 약사법 등 근거 법률에 의해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중앙행심위의 재결이 위법하기 때문에 취소해야 한다”라고 결론내렸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식약처는 지난 9월 ‘종근당글리아티린’ 등 20여개 품목을 생동대조약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대조약 선정 및 변경 공고 의견조회’를 실시했다. 식약처는 또 대웅제약의 ‘글리아티린’을 대조약 목록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의약품동등성시험 대조약 변경’을 공고했다. 식약처는 지난달 17일 종근당글리아티린의 대조약 지정을 공고하면서 1년 6개월만에 ‘종근당글리아티린 대조약 지정, 글리아티린 대조약 삭제’ 절차를 마쳤다.

식약처의 대조약 지정에 대한 행정절차는 일단락된 셈이다. 하지만 중앙행심위가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항소하면서 법정 공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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