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신상진 “통신비 낮출 수 있다면, 어떤 제도든 두 개 세 개 섞어서 시행”

입력 2017-12-08 10:36 수정 2017-12-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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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방송법 개정, 집권당만 유리하게 안 될 것

▲신상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8일 국회 과방위 위원장실에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 위원장은 “통신비를 낮출 수 있으면 어떤 정책이라도 시행하겠다”며 통신비 인하 의지를 밝혔다. 그의 뒤편으로 보이는 TV들은 국내외 언론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한 것이다. 신 위원장은 TV 10대를 위원장실에 설치해 늘 본다고 말했다. 과방위 위원장으로서의 책임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동근 기자 foto@
▲신상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8일 국회 과방위 위원장실에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 위원장은 “통신비를 낮출 수 있으면 어떤 정책이라도 시행하겠다”며 통신비 인하 의지를 밝혔다. 그의 뒤편으로 보이는 TV들은 국내외 언론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한 것이다. 신 위원장은 TV 10대를 위원장실에 설치해 늘 본다고 말했다. 과방위 위원장으로서의 책임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동근 기자 foto@

“1980년대 성남에서 공장에 다니고 반지하 방에서 자취생활을 하면서, 이 동네의 어려운 부분을 직접 경험했다. 내가 발의한 법안은 그 연장선이다.”

의사 출신 4선 국회의원의 입에서 으레 나올 거라고 예상했던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의과대학 재학 시절 민주화 운동으로 제적당한 뒤 공장에 취직해 노동운동에 투신한 삶의 궤적이 묻어났다.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신상진 위원장 얘기다.

국회 과방위는 국민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물론, 전 언론에 영향을 주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과방위 소관이다. 또 생활필수품인 휴대폰과 관련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도 과방위 영역이다. 이를 주관하는 신 위원장의 책임 역시 막중하다. 방송법, 단통법 개정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련된 현안에 대해 신 위원장의 의견을 들었다.

◇ “통신비를 낮출 수 있으면 어떤 것이라도 시행” = 한국의 이동통신요금이 다른 국가에 비해서 높다는 지적이 늘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2014년 10월 이동통신요금 정상화를 목표로 단통법을 도입했고,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하지만 법으로 정한 보조금 상한선(33만 원)이 오롯이 고객 몫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동통신 3사의 배만 불려 줬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실제로 이들의 영업익은 단통법 시행 이전 2조1000억 원에서 올해 3조7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를 개선하고자 신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통신요금을 낮출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제도라도 두 개든, 세 개든 섞어서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국회와 의견이 다르다. 국회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주장한 반면, 정부는 보편 요금제를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선택약정할인제 시행도 좋다고 생각하고, 또 이 같은 정책 말고도 국민의 통신비 절감을 위해서는 통신사 마일리지 등 현재 1000억~2000억 원에 이르는 것을 충분히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특히 국민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요금들의 절감 대책을 제시했다. 그는 “제조사가 대리점에 지원해온 판매 장려금에 대해 정책적으로 접근해 단말기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며 “휴대폰 단말기 구매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관련 법안도 발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또 해외 출국 시 사용하는 로밍서비스를 자세히 알려 주고, 해외 이동통신서비스 이용 현황을 바로 알려 주는 등 더 현실성 있는 통신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 위원장은 현재 해외 로밍 사용량을 고지하는 ‘로밍 요금폭탄 방지법’과 이용자의 요청이 있거나 유효기간 이내에 사용하지 않은 마일리지가 있는 경우 이를 이용자가 전기통신서비스 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개정안을 앞서 발의했다.

◇“방송법 개정 때는 ‘한국당 패싱’ 없다” =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부터 올해 조기 대선을 통한 정권 교체까지 그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언론도 제 역할을 다했다. 특히 공영방송의 정치적인 편향성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국회 과방위는 ‘최전선’에 섰다. 한국당이 여당의 방송문화진흥원(방문진) 이사 교체에 항의해 국감 보이콧을 강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국회가 이달 11일부터 본격적인 ‘입법 전쟁’을 펼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의 대립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신 위원장은 “그럴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신 위원장은 이번 예산안 합의 때처럼 한국당을 제외하고 여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공조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상임위에서 법안을 심사하거나 표결할 때 그렇게 해온 적이 없다. 여야가 합의점을 도출해야 상임위 법안의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국회 선진화법에 따른) 자동부의 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법안은 한국당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임위를 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측이 많은 사회적인 의견을 수렴해 내놓은 법안이 자신들이 야당 때 내놓은 방송법 개정안”이라며 “공공연히 그렇게 말해 왔으니 집권당만 유리한 얼토당토않은 법안을 통과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위원장은 이번 국감에 대한 평가와 함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조언도 이어갔다. 신 위원장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과방위는 단 한 번 KBS 국정감사만 파행됐고, 이후에는 무사히 마쳤다”며 “이는 ‘상임위 현안과 무관한 정쟁은 당 차원에서 하고, 국감은 국감답게 진행돼야 한다’는 소신을 지켰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는 “최저임금 상승 보전금을 연 3조 원씩 지원하는 등 포퓰리즘 정책으로 흐르는 것이 문제”라며 “이 경우에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그리스나 베네수엘라처럼 빠져나올 수 없는 경제 후퇴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대해서도 “적폐청산을 진짜 하려면 시스템과 제도를 바꿔야 하는데 ‘정치 보복’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 정부를 들춰 내 처벌한다”며 “현재 대한민국의 주변 상황에 맞지 않는 (청산 기조를) ‘적폐’라는 이름 아래에서 시행하는데, 이는 국가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R&D는 과학 현장 목소리 반영돼야” = 신 위원장은 기획재정부가 보유한 국가 연구개발(R&D) 예산권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관하는 계획이 국회에서 제동이 걸린 데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신 위원장은 “정부 모든 부처에 필요한 예산을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예산편성권을 갖게 되면 나라가 망하지만 예외 조항도 필요하다”며 “기재부가 국민의 미래 먹거리 수립을 위한 전략 예산을 지원하는 데 너무 옛날식으로 하는 게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제조업이 후퇴하고 있는데,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사업에서 미국·중국 등 다른 나라들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가야 한다”며 “R&D는 자율적인 과학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예산 편성 권한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당 중도보수개혁 정당 되도록 사심 없이 일할 것” = 경기도 성남 중원구에서 내리 4선을 지낸 신 위원장은 향후 정치적인 행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당내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고 4선에 성공한 그는 내부에서 인정받기보다 국민으로부터 인정받고 싶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신 위원장은 “현재 우리 당이 국민에게 지지를 못 받고 있다”며 “중도층 국민도 한국당을 지지할 수 있는 중도보수개혁 정당이 되도록 제가 일할 기회가 있다면 사심 없이 일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자리, 어떤 선거일지는 앞으로 상황을 보면서 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개인택시 사업자 부가세 면제 연장법을 발의해 이번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는 이 외에도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분류하고, 버스전용차로 운행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같은 영세 사업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 대해 신 위원장은 “과거 공장에 취직해 서민 밀집 지역에서 살던 때를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구에) 어려운 계층의 사람들이 많이 살기 때문에 4선을 하는 동안 법률 개정안을 여기에 맞췄다”고 말했다. “국민이 지지할 수 있는 정당”, “사심 없이 일하겠다”는 신 위원장의 말에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유이다.

신상진 의원은 누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신상진(61) 자유한국당 의원은 원내 대표적인 의사 출신 의원이다. 1977년 서울대 의대에 입학한 신 의원은 1982년 당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다 학교로부터 제적당했다. 이후 성남 중원구에 있는 상대원공단에 생산직 근로자로 취직해 노동운동을 계속했다. 1991년 우여곡절 끝에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2005년 재보궐 선거에 나서 경기 성남 중원구에 첫발을 내디뎠다. 같은 지역구 18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19대 재보궐, 20대 총선에서 연임에 성공해 4선 의원이 됐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 국회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아 사태 수습을 이끌었다.

7월 자유한국당 대표 경선에 출마해 현 홍준표 대표와 원유철 의원과 함께 ‘3파전’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위키리크스한국이 선정한 ‘2017년을 빛낸 국회의원’ 17인 가운데 ‘의정 리더십 부문상’을 수상했다.

<주요 약력>

◇1956년 서울 출생 ◇서울 용산고, 서울대 의대 ◇제32대 대한의사협회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국회 메르스 대책 특별 위원회 위원장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제17대·18대·19대·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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