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는 포스코 구조조정…권오준 회장 교체 여부 ‘촉각’

입력 2017-12-0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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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까지 구조조정을 완료하려던 포스코가 포스코에이앤씨 등 자회사 정리 계획을 세워두고도 실행을 머뭇거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권오준 회장의 교체 가능성이 대두된 상황에서 ‘눈치 보기’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는 당초 올해 8월 말까지 포스코에이앤씨를 포스코건설에 넘기려는 계획을 세웠다. ▶[단독] 포스코, 포스코건설·포스코에이앤씨 통합 추진 포스코 구조조정 컨트롤타워인 가치경영센터는 포스코건설에 현재 포스코가 보유한 에이앤씨 지분 100%를 건설이 받아 흡수합병하거나 자회사로 두는 방식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올해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잠시 주춤한 상황이다. 기업 구조조정을 기수로 내건 전 정권과 달리 이번 정부는 노동 친화정책을 펴고 있어서다. ‘실적 쌓기용 통폐합’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을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포스코의 구조조정 셈법엔 개별기업의 사업성 측면보다는 ‘구조조정 성과주의’와 OB(옛 임원) 챙기기 등이 우선 반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는 포스코에이앤씨를 포스코건설에 넘기려는 계획을 세우기 이전에 이 회사를 단독으로 매각하거나 다른 계열사와 합병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했다.

합병 대상이었던 회사는 포스메이트, 블루오앤엠, 포스코휴먼스 등이다. 포스메이트는 건물·차량·골프장 관리업체이며 블루오앤엠은 하수처리(환경정화) 업체다. 포스코휴먼스는 취약계층 고용을 위해 설립된 그룹 내 사회적 기업이다. 건설 설계·감리를 주업으로 하는 포스코에이앤씨와 이들 회사는 사업적으로 전혀 연결고리가 없다.

포스코 내부 관계자는 “단순히 몇 개 회사를 정리했다는 실적 채우기를 위해 작은 계열사들을 임의로 통폐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며 “이마저도 OB들의 반발로 계획이 무산되는 등 구조조정 원칙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에 구조조정 명분을 만들려는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포스코에이앤씨를 부실화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리스크매니지먼트(RM) 등을 전보다 까다롭게 해 사업 수주를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포스코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포스코에이앤씨의 건설 부문 수주 규모는 지난해 2000억 원에서 올해 800억 원 수준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2015년 67억 원에서 지난해 7억 원대로 줄어든 영업이익은 올해 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적자 회사인 포스코엔지니어링을 합병한 데 이어 포스코에이앤씨까지 떠안게 된 포스코건설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포스코건설의 주요 투자자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는 2015년 포스코건설 지분 38%(1588만6544주)를 주당 7만 원선에서 사들였지만 최근 장외시장에서는 2만5000원 선에서 거래 중이다. 포스코에이앤씨를 비롯해 정리 대상 자회사였던 블루오앤엠, 호텔라온제나, 포스메이트 등의 처리 방침에 대해 투자자 반발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포스코가 포스코에이앤씨를 비롯한 남은 자회사 구조조정을 밀어 붙일지 여부는 향후 권오준 회장 거취에 따라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권 회장은 연초 3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해외 국빈방문 시 사절단에서 제외되는 등 교체 신호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새 회장을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최소한 1월 중에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꾸려져야 한다. 이달 중 권 회장의 용퇴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기로 한다면 구조조정은 내년 중 마무리를 위해 더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 측은 “포스코에이앤씨와 포스코건설의 통합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2015년 목표한 구조조정 목표도 무난히 달성하고 있어 실적내기에 급급한 상황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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