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EU, EPA 타결…보호주의 물결에 반기 들어

입력 2017-12-09 17:10 수정 2017-12-1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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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과 일본의 자유무역협정(FTA)인 경제연대협정(EPA)이 8일(현지시간) 최종 타결됐다. 이번 협상 타결은 세계 보호주의무역 흐름에 반기를 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EU와 일본은 이날 EPA 최종안에 합의하고 2019년 발효하기로 했다. EPA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0%, 무역 총액의 약 40%를 차지한다. 600만 명이 포함된 거대한 시장이 될 전망이다. 일본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 중 최대 규모다. EU와 일본의 경제 규모는 20조 달러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비슷한 수준이다.

EPA가 발효되면 일본에서는 자동차 업계, 유럽에서는 낙농업계의 수혜가 예상된다. 현재 10%인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단계적으로 완전히 폐지된다. EU산 치즈 등 식품에 대한 관세도 사라진다. 일본 측이 약 94%, EU 측이 약 99%의 관세를 철폐한다.

이번 협정은 세계적으로 보호주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추세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날 EPA 협상 타결이 발표되기 몇 시간 전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1단계 협상이 타결됐다. EPA는 영국이 유럽 탈퇴 날짜로 정한 2019년 3월과 비슷한 시기에 발효될 예정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은 공동 성명서에서 “이번 협정은 상당한 경제적 가치와 전략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과 EU가 강력한 정치적 의지로 자유무역의 깃발을 높이 흔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세계 경제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공정한 시장을 기반으로 명확하고 투명한 규칙을 지키도록 노력하라는 약속을 보여주었다”고 덧붙였다.

정식 발효까지는 아직 의회 비준 절차가 남아 있지만 아베 총리와 융커 위원장은 “일단 지속 가능하고 포괄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고 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PA 타결은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일본은 2013년 6월부터 EU와 협상을 시작했다. 일본에게 유럽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무역 거래량이 적은 국가다.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자 일본은 EU와의 협상을 멈추고 TPP 되살리기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제외한 11개 TPP 참가국과 핵심 요소에 합의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EU와의 협상에도 속도를 내 이번 타결에 이르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과 EU는 협정 타결을 통해 10일부터 아르헨티나에서 시작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다자간 자유무역이 유효하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목적이라고 전했다.

다만 EPA의 실질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추측된다. 일본 자동차 업계가 주요 수혜 산업으로 꼽히지만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이미 유럽에서 수입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 제조 공장을 갖고 있다.

엔젤 탈라베라 옥스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이 유로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기 때문에 유로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나는 이 협정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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