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록의 이슈노트] 슬기로운 기업생활

입력 2017-12-1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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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차장

요즘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즐겨 본다. 보통 사람들에겐 생소한 교도소 이야기를 다룬다기에 호기심도 생겼고, 무엇보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출한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다시 뭉친 작품이라는 소식에 두말할 것 없이 선택했다.

이 드라마에는 다양한 죄수들이 등장한다. 저마다 다 사연이 있다. 주인공인 프로야구 선수 김제혁은 여동생을 강간하려 했던 성폭행 미수범과 격투 중 범인이 뇌사(腦死) 상태에 빠지며 징역 10개월을 선고받는다. 법정에서 주장한 정당방위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대기업 재무팀 과장으로 근무하던 고박사는 배임·횡령으로 5년형을 받고 수감 중이다. 고박사 사연도 딱하다. 위에서 저지른 일을 혼자 뒤집어썼다. 지방대 출신의 설움을 당하던 고박사는 “수감 기간 가족을 챙겨주고, 출소 후에도 책임진다”는 얘기에 감옥행을 택했다.

죄수들을 관리하는 교도관도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츤데레’처럼 평소에는 무뚝뚝하지만 속으론 따뜻한 정웅인 캐릭터가 있는가 하면, 겉으로는 웃지만 뒤에서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성동일 캐릭터도 있다. 드라마 속 배경인 서부교도소에 새로 부임온 교도소장은 언론에 좋은 이미지로 비치기만을 바라는 유형이다.

드라마는 ‘인생과 사회의 압축판’이라고 했던가. ‘교도소’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모습들이 흡사 요즘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교도소장(정부 및 일부 정치권)은 대중의 인기만을 좇아 재벌 개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업인들을 불러 줄 세워 놓고 호통 치는 게 인기를 한 단계 높이는 척도가 된 지 오래다. 기업을 옥죄는 각종 법안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 소득에 대한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법안은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미국과 일본이 오히려 법인세를 줄이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할 사안이 수두룩하다. 최저임금으로 인정받는 임금항목이 제한돼 고임금 근로자까지 제도 적용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상여금, 복리후생수당 등이 포함되도록 산입 범위를 조정해 달라는 기업들의 합리적인 요구마저 무시받고 있다.

사실 감옥에 갇힌 기업인들은 힘쓸 도리가 없다. 교도관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제 목소리를 냈다가 돌아오는 건 징벌방이다. 경총은 4, 5월 새 정부 일자리 정책을 비판한 이후 사실상 정부의 대화 리스트에서 배제되는 벌을 받고 있다. 겉으로는 소통한다면서 뒤통수를 치는 드라마 속 교도관 같다.

국가가 발전하고 국가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선 좌파(左派)건 우파(右派)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가 한 쪽으로 치우치면 안 된다. 분배 정책이 있으면 성장 정책도 있어야 한다. 재벌이 모든 불평등의 원인이라는 전제를 깔고 가면 안 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다 같이 땅을 사지 말라고 해야 하나. 모두 땅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제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서 잘 팔 수 있을까 밤낮으로 고민하는 기업들에 다른 걱정을 안겨 주면 안 된다.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는 못할망정, 방해하진 말자.

국내 프로야구계를 평정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계약서에 서명했던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김제혁 선수는 법정 구속되면서 그 기회를 잃어 버린다. 평생 야구만 했던 그는 이렇게 외친다. “내가 무슨 잘못을 그렇게 했길래 나한테만 이래. 왜 내 인생만 이렇게 X같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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