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직업으로] 자전거 라이딩과 함께하는 인생길

입력 2017-12-16 09:55 수정 2017-12-1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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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자전거를 탄 지는 오래되었다. 중학교 때부터 학교가 멀어 자전거 한 대 갖는 것이 소원이었다. 부모님께 조르고 졸라 새 자전거 한 대를 사던 날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자고 일어나면 제일 먼저 자전거를 보고 밤새 안녕을 물었다. 자전거를 타고 학교 가는 길을 씽씽 달릴 때 얼굴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과 스쳐 지나가는 누런 황금 들판은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만들어줬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자전거로 다닐 수 없어 한동안 자전거 타는 일이 없었다. 단지 도서관이 걷기에는 조금 먼 곳에 있어 자전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저렴한 자전거 한 대를 구매해 타고 다녔다. 역시 자전거는 편한 이동수단이었고 페달을 밟을 때의 느낌은 부러울 게 없을 정도로 좋았다. 도서관에서 점심을 먹고 성내천을 따라 올림픽공원까지 달려 한 바퀴 돌아오면 머리가 말끔해지고 기분 전환이 되었다.

프레임은 자전거의 생명

춥고 바람 부는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가 6층인데 1층에 사신다는 분이 아침에 찾아오셨다. 문을 열어보니 전날 심하게 불던 바람에 필자 집 바깥 베란다 창문이 떨어져 1층에 세워둔 자기 아들 자전거 프레임(차체)이 약간 휘어졌다는 것이다. 자전거 수리점에 가서 수리하고 견적서를 가져오시면 값을 드리겠다고 했다.

며칠 후 견적서를 가져왔는데 까무러칠 뻔했다. 몇만 원이면 되겠다 생각했던 수리비용이 무려 48만원이었다. 무슨 수리비용이 48만원씩이나 되느냐고 따졌더니 그리 나왔다며 다른 수리점 가서 가격을 알아보라는 것이었다. 산 지 몇 달 안 되는 새 자전거라면서…. 알아보니 프레임이 자전거의 생명이라서 그렇게 비싸다고 했다. 프레임 값이 비싼 줄 그때 처음 알았다.

아내에게 자전거 타는 법 가르치다 낭패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주말이 되면 벚꽃 길을 따라 자전거로 한 바퀴 돌고 왔다. 그보다 좋은 힐링이 없었다. 혼자만 즐길 것이 아니라 아내와 함께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주기로 했다.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을 이용했다. 간단한 설명을 한 후 자전거에 오르게 했다. 뒤에서 잡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켜주었지만 아내는 무섭다고 했다. 그래도 “괜찮으니 나를 믿고 타라”고 짐받이를 잡고 따라가며 연습을 시켰다. 잠깐잠깐 손을 놓고 따라가니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러다 몰래 손을 떼어도 쓰러지지 않고 잘 탔다. “지금 혼자 탄 것”이라 하니 아내도 신기한 듯 놀랐다. 그러기를 몇 번 더 해보니 혼자 주행을 해도 될 듯싶었다.

그게 발단이었다. 필자가 그만 돌아오라며 손짓을 했을 때 아내가 탄 자전거가 도는가 싶더니 기우뚱 하며 비틀거리다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다급히 쫓아가 보니 다리가 체인 안쪽으로 들어가 꺾여 있었다. 황급히 병원으로 데려가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뼈가 부러져 있었다. 결국 깁스를 했다. 15일 동안 통깁스를 한 아내를 돌보느라 필자는 휴가까지 내고 보름 동안 밥하고 집안일을 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주부들이 밥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아침 먹고 돌아서면 금방 점심이고 또 저녁이었다.

다시 자전거를 배우다

그런 사건이 있고 난 뒤 몇 년이 지났다. 언제 다리를 다쳤는가 싶을 정도로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 올림픽공원에서 체계적으로 자전거를 가르쳐주고 회원관리를 해주는 곳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자전거 21’에 등록을 했다. 역시 프로그램부터가 달랐다. 기초부터 완벽하게 가르쳐주고 과정별 진행은 물론 안전교육 및 간단한 자전거 수리까지도 가르쳐주었다. 일주일 코스를 하루 몇 시간 만에 쉽게 가르치려 했던 욕심이 후회되었다. 세상일은 정도가 있고, 과정이 있어 자연스레 익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교훈을 깨닫게 되었다.

250만원짜리 자전거

올림픽공원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아내는 사기충천했다. 교육을 받은 기념으로 250만원짜리 자전거를 사주었다. 그날부터 교육 동기생들과 하루가 멀다 하고 라이딩을 즐겼다. 당일 코스로 두물머리를 들러 황순원의 소나기 마을까지 100km 이상을 달리기도 했다. 북한강, 남한강, 아라뱃길 등도 다녀왔다. 어느 날 아내는 자전거가 속력이 안 나 뒤처진다고 늘 써먹는 생일선물론을 들고 나왔다. 처음엔 “사이클 대회 나가나? 놀러 다니는 사람들이 비싼 자전거가 뭐 필요하냐?”고 핀잔을 주었지만 이내 그 이유를 알았다. 성내천에서 자전거를 타고 부지런히 페달을 밟고 있는데 뒤에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자전거를 타던 사람들이 어느새 필자를 제치고 순식간에 앞쪽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자전거 성능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필자 자전거로는 아무리 밟아도 그들 자전거를 따라갈 수 없었다.

결국 아내의 생일선물로 거금 500만원짜리 자전거를 사줬다. 그 후 아내는 국토순례에 참여해 부산을 출발 양산, 밀양, 경산, 안동, 봉화, 태백을 지나 횡성, 여주, 서울까지 약 600km를 거의 1주일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러다 본인이 타던 자전거는 필자에게 주고 좀 더 가격이 많이 나가는 비싼 자전거를 한 대 더 사더니 제주도 곳곳을 누비는 제주 탐방은 물론 중국 청도까지 다녀왔다.

안전이 철칙인 라이딩

자전거 사고가 날 때는 좀 탄다 싶을 때다. 약 3~4년 차가 그렇다. 이쯤 되면 완전 숙달의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할 때다. 그날도 아내는 라이딩을 나갔다. 점심을 막 먹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웬일인가 싶어 전화를 받으니 ‘엄마가 자전거 타다 넘어졌는데 3시에 수술을 해야 한대. 아빠 올 수 있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큰일이다 싶어 무조건 빨리 갈 테니까 진행하라 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넘어지며 왼쪽 어깨 빗장뼈가 금이 가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아내는 지금도 붕대를 감고 있다. 이제 자전거 위험을 알게 되었으니 그만 타지 않을까 싶은데 불과 몇 달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잊어버린 듯하다. 코스모스 핀 것을 보니 코스모스 꽃길을 달리던 라이딩의 그 시원함과 상쾌함이 생각난단다. 회원 중에는 연세가 칠십이 넘어 팔순이 다 되어가는 부부도 있다. 쫄티에 선글라스를 끼고 젊은이 못지않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노부부가 공동의 취미를 갖고 즐기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꽃길, 단풍길을 달리는 기분은 라이딩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아내는 붕대를 풀면 코스모스 만발한 길을 또다시 달릴 것이다. 우리 부부에게는 사건도 많았지만 삶을 즐기는 데 이만 한 취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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