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국내 벤처캐피털(VC)의 신규 투자금은 총 2조554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8526억 원) 대비 11% 증가했다. 이 중 바이오·의료 업종은 전체 투자액에서 15.5%를 차지, ICT(27.8%), 유통·서비스(17.7%)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투자 유치 실적을 기록했다.
2010년 7.7% 수준이던 바이오·의료 업계에 대한 벤처투자 비중은 7년 만에 2배 이상 확대됐다. 이는 기술력을 보유한 초기 바이오 벤처가 늘어나고 투자 수익률이 높다는 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올해는 바이오 벤처 투자는 유치 실적은 상위권에 속했지만 총 투자금액은 줄었다. 올해 11월 누적기준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 VC 투자액은 약 3189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3962억 원보다 약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필수 벤처캐피탈협회 팀장은 “그간 바이오 분야에 과다하다 싶을 정도로 투자가 몰린 탓도 있고 올 초 한미약품 기술 수출 무산 악재까지 겹쳐 바이오 분야 투자 열기가 한풀 꺾였다”고 설명했다. 손 팀장은 이어 “다만 이는 일시적인 조정 현상으로,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바이오만한 것이 없다는 판단이 우세한 만큼 다시 예전 투자 금액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는 바이오·의료 분야에 대한 벤처투자 확대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촉매제다. 핵심 툴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의 지능정보기술이 의학 분야와 결합돼 맞춤형 정밀 의료로 진화하면서 새로운 헬스케어 생태계가 조성 중이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는 “4차 산업혁명의 꽃은 ‘바이오’”라면서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진단의 정확도와 신약개발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바이오와 4차 산업혁명의 만남이 가장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바이오에 대한 투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바이오·의료 부문 벤처기업이 신성장동력 발굴을 목적으로 자체적으로 창업투자회사(창투사)를 설립해 발빠르게 투자 유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8월 인공눈물 제조업체인 파마리서치프로덕트가 설립한 수인베스트먼트캐피탈이 창투사 명단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보툴리눔 독소를 이용한 의약품을 개발하는 업체인 메디톡스가 설립한 메디톡스벤처투자도 창투사 등록을 마쳤다. 손필수 팀장은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성장한 바이오벤처가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바이오 기업들의 창투사 설립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