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0년 전 금융위가 본 키코

입력 2017-12-1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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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기업금융부 기자

“2008년 6월 말 현재 키코(KIKO) 거래에서 2조1950억 원 평가이익 발생.”

10년 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키코 거래에서 2조 원대 이익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키코로 인한 중소기업 피해가 본격화한 후 관계기관 합동 첫 집계였다.

2조1950억 원 평가이익의 계산식은 제멋대로였다. 키코 상품 자체에서 실현된 손익(5103억 원)과 평가손익(9678억 원)에 환율의 급작스런 상승에 따른 수출기업의 환차익 예상치(3조6731억 원)가 더해졌다. 키코 상품 자체에서 1조5000억 원가량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이 숫자는 보도자료에 기재조차 하지 않았다.

수출액을 초과해 거래한 ‘소수의’ 오버헤지(Over-hedge) 사례의 환차익을 감안하더라도 2533억 원 정도의 피해를 본 데 그쳤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첫 집계가 무색하게 10년간 400개가 넘는 중소기업이 키코로 인해 폐업·부실화했다. 오버헤지한 기업뿐 아니라 수출액의 20~50% 수준으로 헤지한 기업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의 실태 파악 자체가 가장 날것에 기초한 충실한 수집과 분류작업이 아니라, 이익집단의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통계에 가까웠던 셈이다.

키코를 투기용으로 이용한, ‘욕심 많은’ 기업만 피해를 봤다는 진화 작전은 뻔하다. 키코 외에도 많은 사회적인 사건·사고들이 구조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일부 문제아·부진아들의 소행으로 축소돼 왔다. 책임은 나눠지면 가벼워지지만 내 등엔 지고 싶지 않은 게 사람 심리, 가진 자의 심리, ‘아직까지는’ 비에 젖지 않은 자의 심리다.

썩 알맞진 않지만, 10년 전 그 자료에서 50여 년 전 어느 철학자가 쓴 문구를 떠올렸다. ‘타인은 지옥’이라는. 명문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통과해 20여 년 이상 공직에서 ‘적절한 보고’를 훈련받은 직업인에게 키코는, 저축은행 사태는, 세월호 참사는 얼마나 먼 ‘남의 일’이었을까.

금융위는 꼭 10년 만인 지난달에야 직접 키코 피해 기업에 실태 파악을 위한 자료를 요구했다. 아직도 키코로 인한 산업 전반에 걸친 피해 규모는 추산조차 되지 않았다. 우리는 최악의 지옥을 피하기 위해 정부를 뒀다는 것을, 너무 당연한 지옥에서 자꾸만 잊고 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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