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봉변(逢變)과 세례(洗禮)

입력 2017-12-1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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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행사장에서 박지원 의원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지지자로부터 달걀을 맞은 사건을 두고 어떤 언론은 ‘달걀 봉변’이라고 보도하고, 또 다른 언론은 ‘달걀 세례’라고 보도했다. 그런가 하면 또 어떤 언론은 ‘계란 봉변’ 혹은 ‘계란 세례’라고 보도했다.

계란(鷄卵)은 달걀의 한자어이다. 달걀은 ‘닭의 알’, 즉 ‘닭알’이 ‘달+ㄱ+알’의 분화를 통해 생긴 말이다. 그런데 계란은 사실 잘못된 말이다. ‘알 란’이라고 훈독하는 ‘卵’은 ‘유정란’, ‘무정란’ 등과 같이 껍데기가 없는 알을 뜻한다. 껍데기가 있는 조류의 알은 ‘알 단’, 즉 ‘蛋’을 써야 맞다. 달걀도 껍데기가 있으므로 계란(鷄卵)이 아니라 계단(鷄蛋)이라고 써야 맞다. 달걀부침을 채 썰어 놓은 것을 흔히 ‘지단’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계단(鷄蛋)’의 중국어 발음이다.

봉변은 ‘逢變’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만날 봉’, ‘변고 변’이라고 훈독한다. 그러므로 ‘봉변’은 뜻밖의 변고나 망신스러운 일을 당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세례는 ‘洗禮’라고 쓰며 각 글자는 ‘씻을 세’, ‘예절(의식) 예’라고 훈독한다. 물로 씻는 의식이 세례인 것이다. 기독교에 입교하는 사람에게 모든 죄악을 씻는다는 표시로 머리에 물을 붓거나 떨어드리며 베푸는 의식을 말한다. 특히 침례교회에서는 온몸을 물에 잠그는 형식을 취한다. 그래서 ‘담글 침(浸)’를 써서 浸禮라고 한다.

달걀 세례는 사람의 몸에 달걀을 던져 깨뜨림으로써 그 사람에게 봉변을 주는 행위를 기독교의 세례에 빗대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일부 호사(豪奢:호화롭게 사치함)하는 사람들이 피부 마사지용으로 사용하는 것 외에 달걀로 몸을 씻는 사람은 없다. 말인즉 세례라고 하지만 몸에 던진 달걀은 금세 끈적거리는 오물로 변하여 추한 모습을 보인다. 달걀 세례, 누구라도 자행하는 사람이 없어야겠지만 오해나 비난받을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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