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회색 코뿔소가 온다” 중국, 美 세제 개편·금리 인상에 비상

입력 2017-12-12 13:55 수정 2017-12-1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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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세제 개편 때문에 중국에 비상이 걸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관계자의 말을 인용, 중국이 미국의 세제 개편과 향후 예상되는 금리 인상이 자국에 미칠 영향에 대응하고자 비상 대책에 나서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무역 불균형 문제로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가운데, 자국에서의 자금 유출 등 이중 타격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금리 인상, 자본 규제 강화, 환율 개입 증가 등의 방법을 총동원해 자금 유출을 막고 위안화를 방어한다는 내용의 비상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대책에 참여하는 기관들은 미국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중국 경제에 있어서 ‘회색 코뿔소(간과해서는 안 되는 명확한 위험)’로 규정, “내년 1분기는 치열한 싸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이 가장 경계하는 건 정부의 대대적인 부양책으로 간신히 안정된 위안화에 미칠 영향이다. 위안화 가치가 다시 추락하면 그 후폭풍으로 자본 유출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절박감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 하에 추진하는 정책에 대항하는데 있어서 중국 정부의 과제를 부각시킨다고 WSJ는 지적했다.

미국의 경기 부양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는 이익이다. 미국이 견인하는 세계 경제의 회복이 중국의 수출업을 자극해 중국 정부는 올해 예상됐던 경기 둔화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일련의 무역 제재 조치는 미국의 수요 확대로 중국 정부가 얻어야 할 혜택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세제 개혁이 중국 정부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중국이 압박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미 의회가 현재 검토하고 있는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법인세율은 현행 35%에서 20% 정도로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의 견해로는, 이 법인세율 감세에 힘입어 미국 기업이든 중국 기업이든 불문하고 제조업체들이 중국이 아닌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게 될 수 있다. 중국은 주요 국가 중에서 기업의 세 부담이 가장 큰 부류에 속한다. 실제로 세금 전문가에 따르면 중국 기업은 다양한 세제 후 이익의 약 40~50%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 반면 미국의 세제 후 평균 세율은 이보다 낮다.

WSJ는 우선적으로 미국 세제 개혁에 의해 자산운용사 등이 자금을 중국 등 신흥국에서 미국 펀드로 이동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내년에도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자금 이동을 부추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은 미국 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신흥국에 대한 투자자의 자금 흐름이 대폭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IIF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진 마는 “중국에 미치는 영향은 최종적으로 중국 경제의 건전성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5 년은 경제 성장과 신뢰감 모두가 매우 약해서 자금이 바로 유출됐다”고 말했다. 주식시장 붕괴와 예상 외 위안화 평가 절하를 배경으로, 2015년에는 중국에서 약 6760억 달러라는 전례없는 규모의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마 이코노미스트는 “그때보다는 지금 상황이 더 낫다”고 말한다.

자본 규제 강화로 중국에서의 자금 유출이 억제돼 위안화 안정에 기여한 건 사실이다. 위안화 가격은 올해 들어 2016년 인하 분을 대부분 만회했다. 중국 경제는 정부가 목표로 삼은 6.5%대의 성장률을 거뜬히 달성할 전망이다. 경제 성장에 대한 신뢰 회복도 자금 도피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 및 인프라 투자 둔화가 예상됨에 따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그 한편에서 부채는 계속 팽창해 정부가 더욱 강력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장기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러한 미해결 문제 때문에 중국 정부가 2015년과 2016년처럼 시장 변동성이 재발할 수 있는 위협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른 나라의 정책에 의해 예상되는 여파를 억제하도록 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18년 경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여는 다음주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될 전망이다.

비상 대책의 일환으로 인민은행이 취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는 지난 몇 년 동안 금융 리스크를 크게 높인 은행 간 거래 금리의 유도 목표치를 단계적으로 인상하면서 기준금리를 동결해 기업의 차입과 상환이 어려워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JP모건 자산운용의 추 차오핑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인민은행은 1분기는 긴축 기조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응책 논의에 참여한 당국자들은 미국의 세제 개혁과 금리 인상이 중국의 자금 유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면, 계획하고 있는 대책은 불필요하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 채권 운용 대기업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핌코)의 진 프리다 글로벌 전략가는 “중국 정부는 자금 유입 추세에 부응해 기회적으로 자본 규제를 완화하거나 그 반대의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며 영화 ‘베스트 키드(The Karate Kid)’의 대사를 인용해 “왁스 바르기와 왁스 닦아내기(wax on, wax off”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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