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 진단을 받은 일본 기업가가 ‘생전 장례식’을 열었다. 안자키 사토루 전 고마쓰 사장은 11일(현지시간) 도쿄 시내 한 호텔에서 ‘감사의 모임’이라는 생전 장례식을 주최했다. 친구와 학교 동문, 전 직장 동료 및 직원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80세인 안자키 전 사장은 10월 담낭암 진단을 받았다. 이미 간, 폐 등에 전이돼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연명치료를 포기한 그는 지난달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사회면에 광고를 내 생전 장례식 소식을 알렸다. 그는 도쿄의 호텔을 섭외하고 고향인 도쿠시마의 전통춤 공연 등을 기획하는 등 자신의 마지막 모임을 직접 준비했다. 안자키 전 사장은 “나는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삶의 질을 극대화하고 싶다”면서 “부작용이 우려되는 연명치료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모임에서 안자키 전 사장은 휠체어를 타고 테이블 주변을 돌면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임이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싶었다”면서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악수를 나눌 기회를 가진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안자키 전 사장은 “나는 내 인생을 즐겨왔다. 낙담하는 것은 내 본성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고마쓰 전 직원은 NHK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즐거운 행사였다”라면서 “나 또한 병으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 남은 삶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오늘 모임을 주최한 것 자체가 안자키다웠다. 그는 무엇보다도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안자키 전 사장은 일본 건설기계 기업 고마쓰에 1961년 입사해 1985년 대표이사직에 올랐으며 1995년 사장에 취임한 뒤 회장을 거쳐 2005년 은퇴했다.
이날 생전 장례식은 일본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2010년대 들어 일본에서는 인생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인 ‘슈카쓰(終活)’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미도리 고타니 다이이치생명 연구원은 “이러한 장례식이 증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