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루머속살]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입력 2017-12-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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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부 차장

‘저녁이 있는 삶’ 이 화두로 올랐다. 유통 대기업 신세계가 35시간 근무시간 단축에 나선 것을 필두로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과 휴식 보장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의 현실은 아직 ‘저녁이 있는 삶’을 외치기엔 빠른것 같다. 한국이 아무리 선진국에 다가가도 새벽별 보고 출근해 저녁별 보며 퇴근하는 것이 현실이다.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3차 서비스 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외친 지 십여 년이 넘었다. 노무현 정부시절 동북아 금융허브를 추진했지만, 결과는 여전히 제조업 중심이다.

우리나라 대표적 서비스산업인 금융부문은 지난해 한 통계에서 ‘우간다보다 못한 금융 경쟁력’이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3차 산업이 자리 잡기 전이지만, 선진국은 4차 산업에 대비하느라 분주하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을 이끌어갈 분야로 바이오, 인공지능, 가상현실, 블록체인 등을 꼽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중 하나인 블록체인은 무엇인가. 그 동안 금융회사를 포함해 디지털거래가 중앙 집중형 서버에 거래 기록을 보관했던 것에 비해 블록체인은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내 주며 거래 때마다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를 막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래서 해킹과 위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이 블록체인이 적용된 대표적인 것이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다.

블록체인은 단순히 비트코인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비트코인 뿐 아니라, 많은 가상화폐들이 거래되고 있다.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에 적용될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이들 블록체인 기술의 가상화폐를 금융·제조·유통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하는 것이 바로 4차 산업이다.

최근 4차 산업의 하나인 가상화폐에 일부 다단계 업체들이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고,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로 문제가 되고 있다. 장을 담그는데 구더기가 생길 수밖에 없듯이, 이런 문제들은 투자 관련 시장에서는 항상 일어나는 일들이다. 문제의 구더기만 걷어 내면 될 일이다.

미국은 비트코인과 같은 시세 변동이 많은 가상화폐는 금융상품으로, 블록체인을 통한 거래에 사용되는 가상화폐는 새로운 금융거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최대 선물거래소 CME와 CBO에서 비트코인 선물을 도입한 것이 금융상품 가능성의 실험 중 하나다.

선물 시장에서 꾸준한 거래가 이뤄지고 불확실성이 줄어 들어야 ETF 상장지수펀드 허가가 난다. ETF가 만들어지면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의 펀드에 일부를 편입시키게 되고, 이렇게 되면 하나의 금융상품으로서 완성된다. 새로운 금융상품의 등장과 안정화 과정은 매번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반면 중국은 가상화폐거래소를 폐쇄했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수많은 중국 투자자들은 일본과 한국으로 이동해 여전히 거래 중이다.

가상화폐를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앞으로 전개될 다양한 디지털 거래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향후 블록체인 기술은 모든 거래와 금융상품, 계약 등에 기반이 될 수 있다. 증권업계가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마련해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앞장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일부 문제가 있다고 폐쇄하는 단순한 정책을 펼친 나라는 가상화폐가 하나의 금융상품으로까지 발전할 경우 뒤늦게 그 금융상품을 해외에서 들여와 판매할 것이다. 이 나라 금융기관은 국민들에게 열심히 상품을 판매하면서 판매수수료만 받고 정작 돈 되는 여러 수수료는 해외 금융기관이 다 가져갈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을 통한 다양한 산업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하청업체로만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언제 우리는 저녁 있는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1인당 GDP 3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가 어떤 방법으로 구더기를 건져 내면서 좋은 장을 만들어낼지, 구더기 무섭다고 장독까지 다 깨 버릴지 눈여겨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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