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스위치 켜자마자 쌩~ 배터리가 강점이자 약점

입력 2017-12-13 13:04 수정 2017-12-1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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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걸면 곧바로 최대 회전수 도달…짜릿한 급가속 한번이면 배터리 ‘반토막’

▲로터스 전기차 ‘에보라 414e’
▲로터스 전기차 ‘에보라 414e’

고성능 전기차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연기관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 예컨대 ‘하나의 엔진이 4개의 바퀴에 동력을 전달한다’는 것 자체가 전기차 시대에서 사라지고 있다.

전기차는 4개의 바퀴에 각각 전기모터를 장착할 수 있다. 차 바닥 전체를 배터리 팩으로 만들 수도 있다. 안전 문제를 해결하고 무게를 줄일 수 있다면 보디 곳곳에 배터리를 숨겨 놓기도 한다.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는 고성능 버전 ‘에보라’를 바탕으로 전기차 에보라 414e를 선보였다. 한 쌍의 전기모터가 각각 양쪽 뒷바퀴에 맞물린다. 각각의 모터가 208마력을 낼 수 있어 최고출력은 414마력에 달한다. 차 이름 414도 이 출력을 의미한다.

최대토크(89.1kg·m)는 가솔린 9000cc와 맞먹는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를 4.0초에 달린다.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도 약 300마일(약 480km)에 달한다. 이쯤되면 웬만한 고성능 스포츠카를 구입할 이유가 없어진다.

이 같은 고성능은 전기모터의 특성 때문이다. 내연기관은 혼합기와 연료를 섞어 폭발력을 내고 이를 회전운동으로 바꾼다. 가속페달을 밟아 연료 분사량을 늘리면 회전수가 올라가고 회전력이

커진다.

반면 전기차는 이른바 스위치 ‘온(on)’과 동시에 곧바로 최대 회전수로 솟구친다. 내연기관의 회전수 한계는 1분당 약 7000회. 그러나 전기모터는 스위치를 올리면 곧바로 3만 회전의 세계로 진입한다.

초기 회전수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이 회전력을 곧바로 바퀴에 연결할 수 없다. 때문에 모터와 바퀴 사이에 이른바 ‘감속기’를 장착한다. 모터의 고회전을 임의적으로 줄여 바퀴에 전달한다. 그리고 점진적으로 이 감속기를 풀어주면서 속도를 올리는 개념이다. 모터와 배터리만 충분하다면 내연기관 자동차를 가볍게 따돌릴 수 있다.

반면 이처럼 육중한 힘을 뿜어내는 고성능 전기차에도 한계가 있다. 예컨대 놀라운 ‘순간 이동’을 경험할 만큼 짜릿한 급가속을 몇 번 즐기고 나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완충상태의 배터리도 금방 반토막난다. 배터리가 최대의 강점이자 동시에 단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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