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의 햇살과 바람] 당신의 걸림돌은?

입력 2017-12-15 10:2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갈등은 축복이란 말이 있다. 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뜻에서 생겨난 모순적 명언(名言)이다. ‘옥에 티’가 있다는 것은 그 ‘티’를 없애기 위해 다른 노력을 한다는 틈새철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살아오면서 생의 걸림돌을 만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만 없다면…” 참 많이 해 본 소리다. “딱 그거 하나만 없다면 그래도 조금은 살 만한 생이라고 말해 볼 텐데…”라고 씁쓸하게 말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것뿐이겠는가. 생이란 너무 티가 많아서 오히려 그 ‘티’의 힘으로 살아간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걸림돌이라 부른다. 걸림돌에 넘어지고 그 걸림돌을 원망하면서 그 걸림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 운명의 바깥에 놓아 버리고 싶어서 안달을 하는 것이 어쩌면 삶일지 모른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있는 그 걸림돌에 누군가는 걸려 넘어지고 누군가는 그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슬픔에 깔려 죽는 사람이 있고 슬픔을 극복하고 일어서는 사람이 있듯 걸림돌은 자기 능력으로 장애를 변화시키는 자아극기(自我克己)라고 말할 수 있다. 걸림돌을 치우려고 일생 거친 작업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걸림돌을 사랑해 버리는 선택은 어떨까.

긍정하기 위해 부정을 택하는 것처럼 내게 주어진 현실을 수용하는 일도 그것을 내 편으로 만드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미운 사람, 가정이나 사회 속에서 늘 생활에 걸리는 바늘 끝 같은 사람, 이것만큼은 도저히 할 수 없다는 성격장애나 감정들, 그리고 질병이나 급작스럽게 일어난 파탄 말이다.

한 여자는 결혼해 아이를 낳자마자 남편이 실직을 했다. 그리고 그 실직 상태가 계속되면서 그녀의 남편은 입을 닫았다. 여자는 마트 알바, 식당 일 등 별의별 일을 하다가 ‘다 같이 죽자’고 생각이 미칠 무렵 우연히 책 한 권을 읽었다. 힘이 났다. 남편에게 말을 걸었다. 세수했나? 밥 먹었나? 힘들지?…. 아침에 집을 나갈 때, 저녁에 돌아와서도 계속 말을 걸었다. 서서히 남편이 말하기 시작했고 집안일을 거들었다. 여자는 그게 고마워 다시 책을 읽었고, 그 책들은 2000권으로 불어났다. 그리고 ‘일일일책(一日一冊)’이라는 책도 썼다.

가족은 다시 태어난 것처럼 산다. 다음은 외국 이야기다. 아홉 살짜리 아들이 주차장에서 불장난을 하다가 화상(火傷)을 입었다. 몸의 87%가 화상이니 생명이 위험했다. 엄마에게 아들이 말했다.“ 나 이제 죽는 거야?” 엄마가 말했다. “죽는 게 낫겠니?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래도 돼. 누구의 선택도 아닌 네 선택이야. 네 삶은 네 선택이야. 하지만 살고 싶으면 모든 시간을 엄마가 같이해 줄게.” 아들은 ‘살겠다’를 선택했다. 지금은 네 명의 자녀를 둔 아버지다. ‘온 파이어’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 존 오리어리의 이야기다. 엄마의 냉혹한 질문이 그를 살게 한 것이다.

5개월 만에 집에 돌아와 손가락을 잃은 뭉툭한 손으로 직접 포크를 들게 한 사람도 엄마였다.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 살라는 엄마가 있었다. 나는 어려울 것 같다. 덥석 내가 떠먹이지 않겠는가. “다 잘될 거야.” 알량한 위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어느 것이 사랑일까. 걸림돌을 디딤돌로, 드디어 버팀돌로 변화시키는 사랑이야말로 인간의 힘이며 사랑 아니겠는가.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당원 게시판 논란'에 연일 파열음…與 균열 심화
  • 코스닥·나스닥, 20년간 시총 증가율 비슷했지만…지수 상승률은 ‘딴판’
  • 李 열흘만에 또 사법 리스크…두 번째 고비 넘길까
  • 성장률 적신호 속 '추경 해프닝'…건전재정 기조 흔들?
  • 민경훈, 뭉클한 결혼식 현장 공개…강호동도 울린 결혼 서약
  • [이슈Law] 연달아 터지는 ‘아트테크’ 사기 의혹…이중 구조에 주목
  • 유럽 최대 배터리사 파산 신청에…골드만삭스 9억 달러 날렸다
  •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서 “한반도 노동자,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서 노동”
  • 오늘의 상승종목

  • 11.2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4,205,000
    • -1.46%
    • 이더리움
    • 4,618,000
    • -0.67%
    • 비트코인 캐시
    • 693,000
    • -5.59%
    • 리플
    • 1,925
    • -10.17%
    • 솔라나
    • 343,400
    • -3.27%
    • 에이다
    • 1,408
    • -5.76%
    • 이오스
    • 1,163
    • +8.9%
    • 트론
    • 288
    • -3.36%
    • 스텔라루멘
    • 762
    • +24.51%
    • 비트코인에스브이
    • 94,200
    • -5.71%
    • 체인링크
    • 23,190
    • -0.43%
    • 샌드박스
    • 849
    • +54.9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