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만 없다면…” 참 많이 해 본 소리다. “딱 그거 하나만 없다면 그래도 조금은 살 만한 생이라고 말해 볼 텐데…”라고 씁쓸하게 말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것뿐이겠는가. 생이란 너무 티가 많아서 오히려 그 ‘티’의 힘으로 살아간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걸림돌이라 부른다. 걸림돌에 넘어지고 그 걸림돌을 원망하면서 그 걸림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 운명의 바깥에 놓아 버리고 싶어서 안달을 하는 것이 어쩌면 삶일지 모른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있는 그 걸림돌에 누군가는 걸려 넘어지고 누군가는 그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슬픔에 깔려 죽는 사람이 있고 슬픔을 극복하고 일어서는 사람이 있듯 걸림돌은 자기 능력으로 장애를 변화시키는 자아극기(自我克己)라고 말할 수 있다. 걸림돌을 치우려고 일생 거친 작업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걸림돌을 사랑해 버리는 선택은 어떨까.
긍정하기 위해 부정을 택하는 것처럼 내게 주어진 현실을 수용하는 일도 그것을 내 편으로 만드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미운 사람, 가정이나 사회 속에서 늘 생활에 걸리는 바늘 끝 같은 사람, 이것만큼은 도저히 할 수 없다는 성격장애나 감정들, 그리고 질병이나 급작스럽게 일어난 파탄 말이다.
한 여자는 결혼해 아이를 낳자마자 남편이 실직을 했다. 그리고 그 실직 상태가 계속되면서 그녀의 남편은 입을 닫았다. 여자는 마트 알바, 식당 일 등 별의별 일을 하다가 ‘다 같이 죽자’고 생각이 미칠 무렵 우연히 책 한 권을 읽었다. 힘이 났다. 남편에게 말을 걸었다. 세수했나? 밥 먹었나? 힘들지?…. 아침에 집을 나갈 때, 저녁에 돌아와서도 계속 말을 걸었다. 서서히 남편이 말하기 시작했고 집안일을 거들었다. 여자는 그게 고마워 다시 책을 읽었고, 그 책들은 2000권으로 불어났다. 그리고 ‘일일일책(一日一冊)’이라는 책도 썼다.
가족은 다시 태어난 것처럼 산다. 다음은 외국 이야기다. 아홉 살짜리 아들이 주차장에서 불장난을 하다가 화상(火傷)을 입었다. 몸의 87%가 화상이니 생명이 위험했다. 엄마에게 아들이 말했다.“ 나 이제 죽는 거야?” 엄마가 말했다. “죽는 게 낫겠니?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래도 돼. 누구의 선택도 아닌 네 선택이야. 네 삶은 네 선택이야. 하지만 살고 싶으면 모든 시간을 엄마가 같이해 줄게.” 아들은 ‘살겠다’를 선택했다. 지금은 네 명의 자녀를 둔 아버지다. ‘온 파이어’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 존 오리어리의 이야기다. 엄마의 냉혹한 질문이 그를 살게 한 것이다.
5개월 만에 집에 돌아와 손가락을 잃은 뭉툭한 손으로 직접 포크를 들게 한 사람도 엄마였다.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 살라는 엄마가 있었다. 나는 어려울 것 같다. 덥석 내가 떠먹이지 않겠는가. “다 잘될 거야.” 알량한 위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어느 것이 사랑일까. 걸림돌을 디딤돌로, 드디어 버팀돌로 변화시키는 사랑이야말로 인간의 힘이며 사랑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