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기획:호텔 우먼파워] “민간外交官 자부심… 고된 日常 이겨낸 건 ‘無限긍정’의 힘”

입력 2017-12-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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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컨티넨탈호텔 김연선 총지배인 인터뷰

▲김연선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총지배인이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항상 준비된 자만이 보다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다”고  여성 후배들에게 조언을 전하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
▲김연선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총지배인이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항상 준비된 자만이 보다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다”고 여성 후배들에게 조언을 전하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

김연선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총지배인은 인터컨티넨탈 서울 최초의 여성 임원이다. 25년간 호텔리어로 살아오면서 그 흔한 이직 한 번 없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가 오픈할 당시 객실부 프런트 데스크로 입사해 최고 경영자까지 오른 그를 주변에선 성공 신화라 부른다. 글로벌 호텔 체인 지배인 중 한국인 여성은 찾기 힘들다. 여전히 남성 고유의 영역으로 인식돼 있어 두터운 유리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해외유학이나 어학연수 없이 국내에서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보인 실력파로도 호텔계에선 유명하다. 끊임없는 자기계발로 성장을 거듭하며 최고의 수장에 오른 김연선 총지배인을 만나 여성 호텔리어로서의 여정을 들어봤다.

◇무한 긍정으로 이겨 낸 호텔리어의 무게=김 총지배인이 입사할 당시만 해도 호텔이라는 단어는 지금의 느낌과 사뭇 달랐다. 그의 부모님은 호텔을 단순한 숙박업소로 생각했고, 이로 인해 그가 호텔에 입사할 당시는 화류계 진출로 오해받을 만큼 호텔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전무한 시대였다. 공무원인 그의 아버지가 걱정할 만했다. 그는 이런 부모님을 어렵게 설득했다. 김 지배인이 호텔업을 꿈꾸게 된 데는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팝송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그 결과 영어가 자연스레 좋아졌고 나중엔 외국계 회사에 입사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입사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근무한 지 벌써 30년이 돼 간다. 그는 “민간외교관 역할이라 자부할 수 있는 이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지만 고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 지배인은 “사실 호텔리어는 결코 쉽지만은 않은 직업이다. 하루 8~9시간 서 있어야 하고 여러 고객들을 응대하야 하며 힘들더라도 고객 앞에서는 절대 힘든 내색을 할 수 없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그는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가 오픈할 당시 공사가 끝나지 않은 사무실에서 300명이 넘는 신입 사원들의 교육을 맡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두 달 동안 쉬지 않고 일했다. 당시 그는 목이 잠기고 지쳐 쓰러질 뻔했다. 이런 고충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무한 긍정’이었다. 그는 “우리 호텔 3가지 모토 중 하나인 포지티브(Positive)한 생각과 함께 꾸준한 자기 단련을 통한 열정적인 자세를 유지한 것이 오랜 기간 종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여성 호텔리어의 강점은 섬세함 속 열정=여성 호텔리어의 장점을 묻자 김 지배인은 ‘세심함’을 꼽았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맞은편에 위치한 봉은사에선 해마다 새해맞이 타종식을 열곤 한다. 내국인에겐 익숙한 장면이지만 먼 거리를 날아온 외국인에게 새벽 4시의 타종은 결코 반가운 경험이 아니다. 그는 고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던 그때를 기억했다.

당시 프런트 오피스 매니저였던 그는 문화 공유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다. 1월 1일 새벽은 잠을 청하는 사람보다 깨어 있는 사람이 더 많다는, 단순하지만 섬세한 생각에서 그렇게 ‘새해 첫 종소리’ 이벤트가 탄생했다.

그는 “새해 첫날 투숙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의 특별한 이벤트 초대장을 보냈다. 컨시어지팀은 고객에게 설명할 자료를 취합하고 근무 스케줄을 조정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수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절에서 행해지는 새해맞이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불평거리였던 상황을 하나의 기념 행사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김 지배인은 “통상 여성 직원은 컴플레인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여성들이 문제의 핵심을 빠르게 눈치채고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섬세하게 풀어나가는 것을 많이 봐 왔다”며 “여성으로서 확실히 컴플레인을 능숙하게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여성이라는 점이 장점만이, 혹은 단점만이 될 수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상기하면서 ‘항상 준비된 자’만이 보다 높은 지위를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봉사하려는 자세, 웃는 얼굴, 소통을 위한 외국어는 물론이며 남성 못지않은 열정이 없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직원과의 밀착 소통이 중요=총지배인 부임 전후,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김 지배인은 의외로 “기본적으로 경조사, 특히 조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고 답했다. 이것이 기존의 외국인 총지배인에 비해 좀 더 직원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이 됐다. 직원들의 생일마다 직접 찾아가 작은 생일 선물과 카드를 전했고 밀레니엄 세대의 직원들과는 한마음 나눔터라는 시간도 따로 갖고 있다. “인적 서비스가 가장 중요한 호텔업에서 직원들과의 교류는 가장 큰 자원”이라는 그의 리더십 철학을 실천한 행동이다.

김 지배인은 현장경영 활동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는 것을 모티브로 부임과 동시에 “플레이 플레이 플레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그는 “직원들이 호텔에서 신바람을 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놀기(Play),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일을 뜻하는 무대(Play),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노력을 상징하는 경기(Play)”라며 “직원이 일을 즐겨야 고객이 만족하고, 그 고객의 재방문이 매출로 이어져 회사엔 수익이 생긴다. 그것이 다시 직원에게 돌아가는 것”이라며 선순환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리더로서의 덕목에 대해 그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기 △긍정, 감사, 열정 △생각 났을 때 바로 실행하기 등을 꼽았다. 김 지배인은 “인생은 1초와 같은 짧은 순간들이 연결된 것이다. 깨어 있는 순간엔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아가 “생각이 났을 때 바로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몇 년 뒤 같은 후회를 다시 하게 될 것”이라며 리더로서의 자세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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