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의 제도권 시장 진입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파생상품 시장을 좌우하는 양대 거래소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시작된 가운데 비트코인과 연동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기대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앞서 비트코인 초기 투자자로 유명한 쌍둥이 재벌 캐머런과 타일러 윙클보스 형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ETF 승인을 신청했다. 그러나 SEC는 ‘비트코인 주요 시장이 아직 규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3월 퇴짜를 놨다.
그러나 CBOE와 CME가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하면서 ETF 출범을 추진하는 업체들이 다시 당국의 승인을 얻으려 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앞서 지난 3월 ‘윙클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가 당국의 승인을 얻는 데 실패하면서 계획을 보류했던 밴엑(VanEck)과 렉스 등 2개 ETF 업체가 이달 새롭게 비트코인 관련 상품 출시를 신청했다. 디렉션인베스트먼츠도 지난 15일 SEC에 비트코인 ETF를 신청했다.
3월과 가장 큰 차이점은 이들 업체가 비트코인 현물시장이 아니라 세계 양대 거래소인 CBOE와 CME의 선물거래에 기반한 ETF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토드 로젠블루스 CFRA ETF·뮤추얼펀드 리서치 담당 이사는 “현재 선물시장의 존재는 비트코인 ETF가 당국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많은 펀드가 비트코인 ETF 선점 효과를 얻으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펀드정보업체 모닝스타의 벤 존슨 ETF 리서치 대표는 “선물시장은 확실하고 규제된 금융수단”이라며 “SEC가 비트코인에 대해서 품었던 우려 대부분을 해소하고 있다. 이제 ETF가 아직 유일하게 남은 주요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옥타곤스트래티지의 데이브 채프먼 매니징디렉터는 “미국 금융당국이 이달 CBOE와 CME, 내년 나스닥의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모두 승인했다”며 “늦어도 내년 비트코인 ETF의 등장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트코인에 대한 투기적 관심이 계속해서 커져가는 가운데 ETF는 그동안 규제되지 않은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는 것을 꺼렸던 많은 미국 투자자의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TF는 투자자들이 번거롭게 비트코인을 직접 구매하거나 개인적으로 저장할 필요가 없이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어서 가상화폐 투자에 편리성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웨덴 비트코인 ETF인 ‘비트코인 트랙커 원(Bitcoin Tracker One)’은 현재 그 규모가 50억 크로나(약 6403억 원)로, 지난 9월 출범 이후 수개월 만에 다섯 배 성장했다.
세계 최초로 지난 10일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한 CBOE는 ETF가 벤치마크로 설정할 수 있는 비트코인 지수도 창출했다. 크리스 콘캐논 CBOE 사장은 “특정 자산에 대한 규제된 선물시장은 ETF를 도입할 기회로 이어지고 있다”며 “비트코인 ETF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개시한 CME도 많은 투자자로부터 ETF 도입 문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ETF가 당국의 승인을 얻으려면 아직 넘어야 할 난관은 많다. 특히 전문가들은 선물시장 출범에도 비트코인 현물은 여전히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기존 거래소를 중심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EC의 제이 클레이튼 위원장은 지난주 비트코인 현상에 대해 다소 모호한 발언을 남겼다. 그는 “주류 투자자들은 가상화폐가 주는 기회에 열려 있다”며 “그러나 실제로 투자할 때는 상식에 입각해 좋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